[건설 프론티어 현장을 가다] [5] 인제터널… 백두대간 땅속 10.96㎞ 고속도로

조선일보
  • 홍원상 기자
    입력 2011.08.22 06:16 | 수정 2011.08.22 06:17

    국내 최장, 세계 11번째 터널… 긴 만큼 졸음운전 예방 위해
    숲·바닷속 달리는 느낌 들게 유사시 대피통로 57곳 둬
    2015년말까지 완공… 하루 4만여대 통행 예상

    강원도 인제군 방태산 자락을 따라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들어가면, 깊은 산중에서 터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에서 짓고 있는 국내 최장(最長) 인제터널 공사 현장이다.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길이 88.8㎞) 가운데 방태산을 비롯해 백두대간의 여러 산을 뚫는 이 터널은 길이가 10.96㎞(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양양군 서면)에 이른다. 현존 국내 최장 터널인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4.6㎞)의 2배 이상이고 세계에서는 11번째로 길다.

    인제터널 공법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네 방향 동시 굴착 방식'. 대개 터널 공사는 양쪽 끝에서 파고들어가 중간에서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인제터널은 양끝에서 뚫는 데 그치지 않고 터널의 중간에도 건설 장비가 들어가 좌우 양끝으로 동시에 굴착을 진행한다. 엄청난 길이의 터널을 뚫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이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크게 보기

    이를 위해 대우건설은 터널의 중간지점인 방태산 중턱에서 땅속 200m 아래에 있는 인제터널까지 건설장비가 오갈 수 있는 보조 터널을 먼저 뚫었다. 대우건설 김희철 현장소장은 "터널을 네 군데에서 동시에 굴착하기 때문에 상·하행선 전체 구간(22㎞)의 3분의 1 이상(약 8㎞)을 1년 1개월 만에 파냈다"고 말했다. 보조 터널은 터널 완공 후에는 환기시설과 긴급 대피 통로로 이용된다.

    인제터널은 '고속도로 터널은 직선으로 곧게 뻗는다'는 고정관념도 깨버렸다. 어두운 터널을 10분가량 달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속도를 높이거나 졸음운전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로를 S자(字) 모양으로 네 번 휘어지도록 설계했다. 더불어 'S라인' 터널 안에서도 졸음운전 가능성이 큰 구간의 천장에 LED(자체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설치, 운전자가 마치 숲이나 바닷속을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강원도 인제군 방태산 중턱 지하 200m 지점에서 진행 중인 인제 터널 공사 현장 모습. 대우건설 직원들이 거대한 암반에 화약을 넣고 발파 작업을 벌이기 위해 로봇 팔처럼 생긴 점보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다. /인제=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2015년 12월, 터널이 개통되면 하루 평균 4만2000대의 차량이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수많은 차가 뿜어내는 매연으로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시설을 만든다.

    높이 200m와 300m인 환기터널 2개를 만들어 초당 1200㎥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길이가 11㎞나 되는 긴 터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자칫 대규모 인명 피해로 번질 수 있다.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고 후 30초 만에 이용자들이 모두 피할 수 있도록 57개의 대피통로를 만들고 유조차 등에서 흘러나온 기름이나 화학물질을 분리·보관하는 맨홀도 설치된다.

    인제터널은 강원도 내륙에서 동해 쪽으로 1.95도씩 서서히 내려가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터널의 시작과 끝 부분의 높이가 200m나 차이 난다. 게다가 땅속 200~500m 아래에서 작업을 벌여야 하지만 11㎞ 길이의 터널 오차는 2㎝보다 작아야 한다. 대우건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레이저를 이용한 측량기기로 지하 동굴 속 위치를 70m마다 측정, 표시하고 그 점을 하나씩 이어가는 방식으로 초대형 터널을 만들고 있다.

    6년 반 동안의 공사 기간 동안 총 길이 22㎞의 터널(왕복 4차로)을 뚫는 데 들어간 화약만 약 2300t에 달한다. 여기에 덤프트럭 50만대(15t급)와 불도저 1만대가 투입돼 파내는 암석량(260만㎥)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정도다. 총 공사비가 5010억원인 인제터널의 현재 공정률은 약 17%. 김희철 소장은 "고속도로 터널 공사의 최신 공법과 기술을 인제터널에서 모두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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