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하는 똑똑한 로봇… 장 보고 밥도 차려줘

조선일보
  • 이영완 기자
    입력 2011.08.16 03:14

    구글이 투자한 美 로봇社 개발, 외부 서버 접속해 데이터 얻어
    국내서 먼저 개념 만들었지만 정통부 통합되며 사업 흐지부지

    지난달 독일 뮌헨 공대는 로봇이 아침식사를 만드는 시연회를 열었다. 사람을 돕는 서비스 로봇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날 시연회가 주목을 받은 것은 사전에 로봇에게 아침식사를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입력하지 않았기 때문. 일반적으로 로봇은 미리 입력된 정보와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도 이날 로봇은 지시를 받자마자 실험실 한쪽에 마련된 식료품 매장에서 필요한 재료를 찾아와 요리를 시작했다. 로봇의 무기는 인터넷이었다. 지시를 받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해 요리방법과 필요한 재료에 대한 정보를 찾아낸 것이다.

    로봇이 인터넷을 통해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찾고 동작기술을 익히는 이른바 '클라우드 로봇공학'이 미래 로봇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PC가 아닌 외부 서버에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네트워크에 접속해 꺼내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로봇 세계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구글 투자 로봇회사가 주도

    클라우드 로봇은 구글이 투자한 미국의 로봇전문회사 윌로 개러지(Willow Garage)가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활용 로봇인 'PR2'를 개발해 MIT와 뮌헨 공대 등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연구실 20군데에 무료로 제공했다. 조건은 하나였다. PR2를 이용해 개발한 클라우드 로봇 기술을 공유하는 것.

    이는 애플이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만들고, 수많은 외부 개발자들이 아이폰을 활용할 수 있는 '앱(app·운영프로그램)'을 만들어 애플의 앱 스토어에 올리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미 버클리대는 PR2가 세탁물을 개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엔 수건 한장 개는 데 20여분이 걸렸지만 지금은 6분 이내로 줄었다. 이를테면 부엌일과 세탁을 도와주는 로봇 앱이 만들어진 셈. KIST 유범재 박사는 "구글은 자사의 방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전 세계 클라우드 로봇의 중앙 컴퓨터 역할을 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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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하는 로봇 PR2. 원하는 물건의 정보를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나서 매장에서 해당 물건을 찾아 쇼핑을 한다.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데 필요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등을 네트워크에 연결된 외부 컴퓨터에서 가져와 쓰는 '클라우드 로봇'이다. /독일 뮌헨 공대 제공
    한국이 먼저 개념 만들었으나 뒤처져

    사실 클라우드 로봇의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나왔다. 2004년 옛 정보통신부는 로봇과 고성능 서버를 결합한 '네트워크 기반 인간형 로봇'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오상록 전 정보통신부 로봇 프로젝트매니저(PM)는 "우리는 사람에 맞먹는 로봇의 인공지능을 만들기보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대형 컴퓨터에서 지능을 빌려 쓰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한국의 앞선 초고속 인터넷망을 활용하면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로봇 개발은 이번 정부 들어서 정보통신부가 지식경제부로 통합되면서 흐지부지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서로 교신하는 로봇이 개발됐지만, 연구과제가 중단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처럼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정보를 가져와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까지는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만의 로봇 콘텐츠 고민해야

    산업연구원은 개인용 서비스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 280억달러(한화 약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지식경제부는 그때쯤 우리나라가 세계 로봇 시장의 2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특정 임무를 가진 로봇의 개발보다는, 로봇의 머리 역할을 할 콘텐츠인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에 집중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org/orgView.jsp?id=250" name=focus_link>전자통신연구원은 최근 클라우드 로봇 프로젝트 기획에 들어갔다. KIST 유범재 박사는 "다양한 학문 분야 간 융합연구를 통해 로봇에게 맞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라며 "한의학 진맥 정보를 모은 데이터베이스같이 우리만의 고유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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