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현장르포] 30년만에 무분규 임금타결 S&T대우

  • 기장=박성우 기자

  • 입력 : 2011.08.03 08:19

    지난달 29일 부산광역시 기장군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S&T대우의 본관 앞.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투표함 앞에 줄을 서있다. 노사의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가 실시된 것. 전체 조합원의 87.9%에 해당하는 424명이 투표에 참가해 찬성 67.5%(286명)로 합의안이 가결됐다. 회사 창립 30년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1981년 이 회사 전신인 대우정밀기공이 설립된 후 30년 동안 이 회사는 단 한 해도 파업을 쉬지 않았다. 올해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29일 오후 1시부터 부산 본사 노사 교섭 회의실에서 (오른쪽부터)김택권 대표이사, 서수한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 문영만 S&T대우 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2011년 임금교섭 조인식을 가졌다.
    ◆ 과거 강성노조로 유명…“대화로 노사간 신뢰구축”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잘해봅시다.”

    김택권 S&T대우 대표이사는 임금교섭 조인식 자리에서 문영만 S&T대우 노조 지회장에게 악수를 건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의 사기차원에서도 임단협이 잘 마무리돼서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노사간 함께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T대우 노조는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유명하다. 지난 1992년 대우정밀 당시 노조는 120여일의 기록적인 파업을 벌이는 등 S&T대우는 매년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아왔다. S&T그룹이 대우정밀을 인수합병(M&A)한 뒤에도 강성 노선은 계속됐다. S&T대우 조합원은 금속노조 부양지부의 투쟁을 주도하며 2006년에 이어 2007년에도 40여일간 파업 등의 강경 투쟁을 벌였다.

    이번 무분규 타결의 배경에는 조합원과의 소통을 위한 김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김 대표는 이날 조인식에서 “옛 대우정밀이 S&T로 인수되면서 S&T·대우정밀·외부인사 등 여러 곳의 출신들이 섞이면서 소통 없이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소통을 위해 이 회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한 일이 팀회식 자리를 돌면서 모든 직원들과 술을 마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힘들었지만 그 효과가 이제서야 나타는 것 같다”며 웃었다.

    ◆ ‘무분규 조기 타결’ 원동력으로 해외수출 ‘적극 공략’

    S&T대우는 이번 임금협상 무분규 타결을 계기로 기존 주력 사업분야의 확대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심사 중인 미국 GM의 신차 부품 공급업체로 선정되면 S&T대우는 5년 간 GM에 서스펜션(현가장치), 에어백, 전자제품(복합멀티미디어 시스템) 등의 부품을 공급하게 된다. 또 독일 한 완성차업체는 S&T대우의 디스플레이 모듈 공급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이달중 최종 실사를 벌인다.

    조성민 S&T대우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회사가 사업확장·매출 다각화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도와주지 못할 망정 방해를 해선 안된다”면서 “지금 당장의 임금인상보다는 회사의 발전을 통한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간의 타협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 1조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갈 길이 멀다”면서 “임금협상도 조기에 마무리됐으니 이제 앞만 보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S&T대우는 작년 매출액 6500억원 영업이익 466억원, 당기순이익 38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S&T대우 본사와 공장 모습.
    ◆ 다각화만이 살길…“연구개발(R&D) 집중”

    부산역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부산 기장군 철마면. ‘S&T대우 전방 2KM 앞’이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S&T대우 본사 건물은 공장동과 함께 있다.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이 회사의 첫인상은 마치 군부대와도 같았다.

    S&T대우는 ‘K시리즈 소총’ 등 방위사업도 한다. 때문에 회사 보안이 철저하다. 올해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 K2등 소총 300정을 수출했다. 또 과테말라, 인도네시아와 9MM 권총과 K3기관총 등 2000정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주력 사업은 자동차 부품이다.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국내 업체는 물론 GM, 푸조, 다이하츠 등 해외 업체도 거래처다.

    공장 관계자의 안내로 서스펜션 생산라인을 견학했다. 로봇팔이 쉼 없이 움직이며 부품을 나르고 있다. 이 곳에서는 일 평균 2만6000여개의 서스펜션이 생산된다. 지게차가 경보음을 내며 생산된 제품박스를 나르는 데 분주하다. 이 제품들은 르노삼성, 푸조, GM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 공장으로 이동돼 부품으로 사용된다.

    S&T대우는 차량용 전기모터도 생산하고 있다. 공회전 제한 장치인 ISG(Idle Stop & Go)는 현대·기아자동차(000270)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하이브리드에 탑재됐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005380)·기아차 신형 그랜저와 K5 스티어링휠(운전대)에 들어가는 전동식방향조정장치(MDSP) 전기모터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S&T대우는 지난 2006년만 해도 한국GM(당시 GM대우)과의 매출비중이 80%에 육박할 만큼 쏠림이 심했다. 그러나 최근 해외진출 및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한국GM 비중이 40%대로 내려갔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과 제품개발을 통해 매출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모든 조직원이 함께 힘을 모아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오늘날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