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가 막걸리를 넘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의 판매량이 작년과 비교해 급격히 늘고 있다. 막걸리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수입맥주의 성장세가 훨씬 더 무섭다.
25일 유통 및 주류업계에 따르면 ‘저도주’로 분류되는 수입맥주가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주류 판매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주종별 매출을 살펴보면 수입맥주의 매출 신장률은 평균 81%로 단연 1위에 올랐다. 2위인 막걸리(34%)에 비해 증가율이 배 이상으로 높았다. 이어 국산맥주ㆍ사케(31%), 와인(31%), 소주ㆍ위스키(7%) 등의 순이었다. 특히 소공동 본점에서는 수입맥주의 증가율이 105%로 막걸리(34%)를 큰 폭으로 앞질렀다.
신세계백화점도 수입맥주의 상반기 매출 신장률이 64.2%로 와인(16.3%), 막걸리(11.9%), 소주(3.4%) 등에 비해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와인(19%)의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았지만 수입맥주(8%)가 2위를 차지하며 막걸리(6%)를 제쳤다.
수입맥주 판매율은 대형마트에서도 가파른 상승세다. 이마트의 경우 작년 7월 수입맥주 매출 증가율이 전년대비 6.3%에 그쳤지만 올해 7월(24일까지)은 46.2%로 뛰어올랐다. 롯데마트는 2009년 고작 0.7%에 불과했던 수입맥주의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25.3%)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올해엔 50.3%로 가속도가 붙었다. 올 상반기의 경우 증가율이 46.1%로 작년 14.8%의 3배에 달했다.
홈플러스에서도 맥주 판매 중 수입맥주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09년 맥주 판매 중 수입맥주의 비중은 12%였지만 올해는 18%까지 오를 것으로 홈플러스 측은 예상했다.
이같이 수입맥주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원한 맥주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소비자들이 예전에 비해 수입산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데다 입맛도 다양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일부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보다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특히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인해 가격 인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수입맥주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롯데백화점 식품 MD팀 안재호 주류 CMD(선임상품기획자)는 “여성과 젊은 층의 주류 소비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저도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마케팅이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 백화점 업계 최초로 '세계맥주 전문관'을 열었다. 지난 2009년 막걸리, 사케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전문 매장이 들어선 적은 있지만 수입맥주가 백화점에서 독자 매장을 구성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러시아, 중국 등 흔히 볼 수 없는 희귀맥주를 포함해 맥주 종류수를 기존의 두배인 80가지로 늘렸다. 향후 세계맥주전문관을 잠실점, 노원점, 강남점 등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마트는 아사히 등 수입맥주 30여종을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오렌지붐(네덜란드), 스타로프라멘(체코) 등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연말까지 10여종의 수입 맥주를 새로 들여와 판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