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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임파워먼트로 김대리 氣 팍팍 … 당신 권한을 분배하라

  • 이석호 기자

  • 사진=이명원 기자

  • 입력 : 2011.07.23 06:31

    임파워먼트 전도사 _ 마르티네스 박사를 만나다
    하위 조직에 권한 줘서 참여 이끄는 게 임파워먼트
    직장인 400명 중 70%가 위장병 겪으며 힘들어 해 원인은 무의미한 일중독
    직원이 일의 보람 찾게 하면 웰니스·생산성 함께 잡아 포식자적 경영은 이제 그만

     [Weekly BIZ] 임파워먼트로 김대리 氣 팍팍 … 당신 권한을 분배하라
    한국 경제는 1980~90년대 10% 안팎의 성장을 기록하며 아시아 경제의 대표 선수로 손꼽혔다. '하면 된다', '빨리빨리'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은 세계무대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0.7%)을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성장은 사라졌고, 2000년대엔 평균 4.4%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하면 2003년 이후 줄곧 10% 이상의 고도 성장을 누리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과 같은 신흥국들의 고속 성장을 지켜보는 한국 기업들의 현실은 1970~80년대 미국과 유사하다. 당시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미국 기업들은 일본의 부상(浮上)과 한국·홍콩·대만의 경제 성장을 바라보며 "곧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무력감에 젖었다.

    1980년대 초 이를 극복하려는 미국 기업들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 '임파워먼트(empowerment)'다. 조직의 하위 계층에까지 의사결정 등 많은 권한을 부여해 자율적·능동적 활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쌔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이하 SAS)는 지난 2009년부터 '임파워먼트 경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SAS는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에 있는 '임파워먼트 코드(Empowerment Code·이하 EC) 연구소' 설립자 마리오 마르티네스(Martinez) 박사를 특별강사로 3년째 초빙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 50개국에 흩어져 있는 SAS 해외지사를 돌며 EC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EC는 그가 진행하는 임파워먼트 훈련 프로그램이다.

    2년 연속(2010·2011년)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위'에 선정(미국 경제전문지 포천)된 SAS가 추구하는 임파워먼트는 어떤 것일까. SAS 한국지사에서 워크숍을 진행한 마르티네스 박사를 지난 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Weekly BIZ] 임파워먼트로 김대리 氣 팍팍 … 당신 권한을 분배하라
    "의미 없는 과로…조직은 병든다"

    "몸이 아프고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는 기업인들이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연봉이 높고 회사에 훌륭한 체육시설이 있어서 건강관리가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힘들어했다."

    마르티네스 박사는 연구소 설립 이전 20여년 동안 약 400명의 직장인과 심리 치료를 진행했다. 그러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상담자들의 공통점은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업무와 관련해 자기에게 필요한 권한을 갖지 못하고 상사의 지시나 결재에 의존하며 눈치를 봐야 했다. 조직의 목표 달성이 이들의 유일한 목표이자 전부였다. 업무 강도는 세고 야근은 밥 먹듯이 했다. 10명 중 7명이 위장병을 앓았다. 대장염과 위산 역류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았다. 마르티네스 박사는 "자율성 없는 포식자적(predatory) 기업 조직 문화가 인체의 면역 체계를 망가뜨리고 심신의 건강을 해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식자적 조직 문화란 무엇을 의미하나.

    "경쟁과 성과 위주의 전투적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이런 곳에선 직원을 실적을 위한 생산 단위로 여긴다. 고객은 기업의 사냥감이고, 경쟁 기업은 사냥감을 놓고 겨루는 적(敵)일 뿐이다. '적'을 무찌르기 위해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이 요구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무한 경쟁과 생산성에 대한 강조는 불가피하지 않나.

    "맞는 말이다. 그러나 경쟁과 실적, 그에 따른 보상과 페널티(penalty)만을 공식 어젠다로 삼는 기업은 지속가능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다. 보상과 페널티 때문에 하는 업무는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권한 없이 책임만 주어질 때, 의미를 모르고 일할 때, 적당한 휴식 없이 장시간 일할 때 스트레스가 직원의 건강을 해친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비용 부담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게 하라"

    마르티네스 박사는 "성장과 실적에만 몰두해 온 한국 기업은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신뢰하지 않고 직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로막고 있다"며 "전투적인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임파워먼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파워먼트의 핵심은 기업 조직에 인체의 면역체계 작동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체계는 완벽한 분권화(分權化)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박테리아·바이러스·세균 등 병원균이 몸 안에 침투하면 면역 체계는 스스로 균의 종류를 파악하고 퇴치 활동을 벌인다. 특정 면역 세포가 자기 힘으로 병원균을 퇴치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 다른 능력을 가진 주변 세포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1분 동안 수십만 건의 의사결정이 내려지는데, 모두 인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뇌(腦)의 지시를 받지 않고 이뤄진다.

    ―면역체계 원리를 기업에 적용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어떤 기업의 판매 부서 실적이 부진하다고 가정하자. 면역체계에 비유하면 병원균이 침투한 것이다. 이때 외부 태스크포스 같은 별도의 조직을 만들지 않고 해당 부서에 문제 파악과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을 맡기는 것이다. 부서원들은 먼저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필요할 경우 몇 명의 인원,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 부서 스스로 결정하고 외부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조직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뒷받침돼야 한다. 임파워먼트를 위해 무엇보다 CEO와 고위 임원들의 의지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이 원해서 일하게 하라"

    마르티네스 박사는 임파워먼트가 이상적으로 구현된 기업으로 브라질의 셈코(SEMCO)를 꼽았다. 1953년 식물성 기름 원심분리기 제조업체로 출발해 지금은 산업용 기기 제조, 건물 및 재고 관리, 부동산 컨설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셈코 직원들은 근무 요일과 시간, 장소를 스스로 결정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 업무만족도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직원을 신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방식이다. "업무 만족도는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직무 내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향상된다"는 것이 CEO인 리카르도 세믈러(Semler·52)의 지론이다. '리타이어 어 리틀 빗(Retire a Little Bit)'은 셈코가 직원들의 삶의 질을 위해 도입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셈코 직원들은 근무일 중 하루를 선택해 회사일을 하지 않고 자신이 퇴직(retire) 후에 하고 싶은 일, 예컨대 낚시나 정원 가꾸기와 같은 취미 활동을 앞당겨 조금씩(a little bit) 할 수 있다. 그 시간만큼 월급은 줄어들지만, 현재 소득으로 미래의 시간을 산다는 생각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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