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김치찌개 둘, 잡채 하나요."
지난 15일 오후 8시쯤 독일 베를린 동쪽 크로이츠베르크에 위치한 한식당 '김치공주'에서 만난 마티나 슈마허(38·화가)씨는 식사 주문을 하고 돌판 위에서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 무침과 오이지도 맛있게 먹었다. 슈마허씨는 "친구들과 저녁 먹으러 왔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온다"고 말했다.
된장찌개를 주문한 스벤 글러(38·IT 컨설턴트)씨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자주 온다"면서 "야채를 따뜻하게 데워서 뜨거운 그릇에 주는 돌솥비빔밥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의 20~30대들에게 한국 음식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교포 2세들이 운영하는 '얌얌'과 '김치공주'는 한 번쯤 가봐야 할 식당으로 통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얌얌이 베를린 디자이너들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포장마차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소주바 '김치공주'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이다. 음식 가격은 5~14유로(약 7700~2만1000원) 정도다. 갤러리에서 만난 예술가들에게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김치공주' 같이 갈래?"라고 말할 정도다.
베를린 중심가의 미테 지구에 자리 잡은 '얌얌'은 흰색을 기본으로 한 깔끔한 내부 디자인이 서울 강남의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주지만 메뉴는 김밥·만두·덮밥 등 한국 분식류다. 4~8유로(약 6200~1만2000원)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2009년 문을 연 두 식당의 손님은 90% 이상이 독일인이다. 예약하지 않으면 30분 이상 줄을 서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한국 음식의 인기에 대해 베를린 사람들은 "독일 음식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양배추를 소금에 절인 것으로 고기와 함께 먹는 '자우어 크라우트'는 한국의 김치와 비슷하고, 감자를 갈아 만든 '카토펠 퓌퍼'는 감자전으로 착각할 정도로 맛이 비슷하다. 강병구 주독일 한국문화원장은 "한국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독일 젊은이들이 한국 음식에도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