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아파트(저층은 상가, 고층은 아파트로 구성된 건축물)의 실제 주거전용면적이 분양면적보다 좁으니 분양대금 일부를 돌려달라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똑같은 분쟁을 막기 위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용산구 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입주민은 최근 A 건설사를 대상으로 실제 주거전용면적이 분양면적보다 작다며 분양금 일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12일 “실제 사용하는 전용면적을 측정해 본 결과 당초 분양면적보다 6.6㎡(2평) 정도 작은 것으로 나왔다”며 “6.6㎡에 대한 금액은 건설사가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는 208가구이며 분양 당시 3.3㎡당 분양가는 1400만원 후반대였다. 만약 전 가구가 소송에 참여해 승소할 경우 건설사가 돌려줘야 하는 금액은 가구당 3000만원 정도로 총 6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올 초에는 울산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들이 B건설사에게 똑같은 소송을 냈고, 울산지법은 건설사에 가구당 1800만~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었다.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법·주택법 사이에서 오락가락
면적을 둘러싼 소송이 벌어지는 이유는 아파트 입주민과 건설업체가 전용면적을 서로 다르게 산출하기 때문이다. 전용면적이란 복도나 엘리베이터, 계단과 같은 공용부분을 빼고 안방과 거실 등 실제로 사용하는 면적을 말한다.
일반적인 아파트나 300가구 이상인 주상복합 아파트는 문제가 없지만, 300가구 미만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논란의 대상이다.
건설사들은 300가구 미만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주택법이 아니라 건축법에 따라 짓는다. 주택법 시행령 제15조가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서 300세대 미만의 주택을 지을 경우 사업계획승인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상업지역에 들어서기 때문에 300가구 미만일 경우 주택법(사업계획승인대상)의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건설사 측 주장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의 모든 건설사는 300가구 미만으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때 건축법을 적용해 왔다"며 "각종 심의나 인허가를 받을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용면적을 산출하는 방식이 주택법과 건축법이 다른데, 올 1월 울산지법이 "상가부문은 건축법을 적용하더라도, 주택은 주택법을 적용해 분양면적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주택법은 주거전용면적을 '외벽의 내부선을 기준으로 산정한 면적'으로 규정하지만, 건축법은 주거전용면적에 대한 언급이 없고 바닥면적, 건축면적을 산정할 때 외벽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한다고 돼 있다. 만약 외벽의 두께가 50㎝라고 하면 내부선(실내 공간에 접한 선)을 기준으로 할 때와 중심선을 기준으로 할 때, 외벽을 둘러싸고 25㎝씩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전국 9만여 가구 주상복합 아파트 소송 이어지나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전국의 300가구 미만인 주상복합 아파트는 총 917개 단지, 9만1200여 가구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이 681개 단지, 6만1600여 가구로 70%가량을 차지한다.
건설사들은 이들 주택 대부분이 건축법에 따라 주거 전용면적을 산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 아파트도 주택법에 따라 주거 전용면적을 산출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이 나오면 줄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주상복합 아파트의 전용면적과 관련해 문의전화가 아주 많이 오는데 '우리가 꼭 앞장서야 하나'란 생각들을 많이 갖고 있다"며 "최종 판결이 나오면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는데 일반인들은 건설사가 고의로 분양면적을 부풀린 것으로 오해한다"며 "분쟁을 없애기 위해서 규정을 명확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소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는 주거시설 비중이 작아 주택법보다 큰 틀인 건축법으로 규정한 것인데, 현 규정은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