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거라곤 달랑 집 한 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조선일보
  • 오윤희 기자
    입력 2011.05.12 03:06

    자식 교육·결혼시키랴, 노부모 모시랴… 728만명 중 대부분, 부동산밖에 없어
    月 평균 200여만원 노후 생활비 위해 서울서 수도권으로… 전세서 원룸으로…
    중소형값 치솟고 전세대란 부추길 수도

    서울에서 소규모 도매업을 하는 1956년생 이모(55)씨는 재작년 서울 양천구 목동 3단지 전용면적 112㎡짜리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전세 놓고 경기도 김포 대곶면에 있는 전원주택을 1억원대에 구입해 아내와 함께 이사 갔다.

    조만간 딸 결혼식 준비도 하고, 사업하느라 조금씩 빚도 졌지만 아파트에 전 재산이 거의 묶여 여유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앞으로 노후 준비도 해야 하는데 부동산 말고 딱히 자산이 없어 집을 줄여 얻은 자금 가운데 일부를 노후 설계용으로 저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 728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의 80%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주택 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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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은퇴 준비 안 된 베이비붐 세대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의 자산은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조선일보와 서울대가 베이비붐 세대 4674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자산(3억3040만원)은 부동산이 2억7500만원, 금융자산이 4499만원, 기타(1041만원)이었다. 부동산 비중이 83%에 달한다. 부채는 3407만원이어서 순자산은 평균 2억9633만원이었다. 금융자산은 부채를 제외하면 1092만원 수준.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 세대(1946~1949년생)의 금융자산 비율이 45%,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 금융자산 비율이 63%라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 생활비는 어느 정도 필요할까. 국민연금연구원 연구(2009년) 결과, 노후에 필요한 월 생활비는 부부 기준으로 최소 121만원,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생활비는 174만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조사에 응한 베이비붐 세대 응답자 대다수는 은퇴 후 월평균 생활비가 211만4000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녀와 부모 사이에 '낀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교육·유학·결혼 자금, 노부모 봉양 등에 들어가는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창희 미래에셋퇴직연금 연구소장은 "60세에 은퇴해 80세까지만 산다고 해도 월 211만원 생활비를 쓰려면 적어도 4억원 이상 필요한데, 현재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베이비붐세대 은퇴…주택시장은?

    금융 자산만으로 은퇴 준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베이비 붐 세대는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 자산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이 보유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향에 따라 주택 시장도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베이비붐 세대가 부동산 자산을 크게 3가지 형태로 활용해 노후 생활비를 조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선 이씨처럼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처분하고, 신도시나 수도권 인근 중소형·중저가 아파트로 이사해 그 차익으로 노후 준비를 하는 방법이다. 지금도 수도권 신도시에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경기도 분당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입주 초기였던 2000년 2만2000명이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말 3만7000명으로 10년 사이 70%쯤 늘었다.

    수도권 인근에 중소형 주택을 갖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주택연금(역모기지), 즉 장기주택저당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조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중에 중저가 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아 중소형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가고 전세 시장 불안이 구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더라도 생활에 필요한 연금을 받을 수 없는 베이비붐 세대는 어떨까. 30년간 사무직에 종사한 1955년생 이모(56)씨가 이 경우다. 전문대 졸업 후 곧장 사회에 진출해 자녀 두 명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막상 은퇴를 앞두고 보니 자산은 1억80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와 약 2000만원 상당 금융 자산이 고작이었다. 이씨는 "노후 대비를 하려면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금으로 원룸 같은 곳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이씨 같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가 늘어날 경우, 도시형 생활주택 등 저가 중소형 주택 수요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 박사는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퇴직을 시작할 경우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중소형·저가 주택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규 중소형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택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전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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