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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그래도 '해'는 다시 떠오른다

  • 선우정 Weekly BIZ 팀장

  • 이용수 기자

  • 입력 : 2011.04.02 03:14 | 수정 : 2011.04.02 10:46

    美·日 경제 전문가 4인이 보는 일본
    "原電중단이 빚은 電力부족 사태가 가장 큰 타격"
    "굼뜨다고? 7~8월까지 일본이 뭘 하는지 보라"

    3·11 동(東)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인 일본 센다이(仙臺)를 현장 취재하면서 두 번 놀랐다. 쓰나미가 휩쓴 연안부의 '처참함', 그 다음 목격한 도심부의 '멀쩡함'이었다. 후쿠시마에서 모리오카로 이어지는 동북지역 대도시 라인은 모두 그런 모습이었다. 전기와 물자만 공급되면 당장에라도 기능을 회복할 것 같았다.

    3·11 대지진은 인적 피해보다 물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특징이다. 사망자는 한신(阪神)대지진의 4배에 달하지만, 물적 피해 예상액은 최소 1.3배에서 최대 2.5배에 머문다. 국부(國富)가 집중된 대도시를 강타한 한신 대지진과, 어촌 지역인 연안부를 강타한 이번 대지진의 특징이 차이를 만든 것이다.

    "피해액 13조~25조엔 추정
    年 GDP 1%만 투입하면 4년 내 복구할 수 있어"


    "복구 수요가 경제 활성화
    올해 성장률 제로에 가까울 듯
    리먼쇼크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


    "원전사태로 신뢰 흔들거리고
    전력 등 부정적 변수 많지만
    일본은 굳건히 이겨낼 것"


     

    그림=이동운 기자 dulana@chosun.com

    일본 정부와 증권사가 대지진 직후 발표한 피해액 추정치는 이런 사정을 반영했다. 일본 정부는 16조~25조엔, 골드만삭스는 16조엔, 바클레이즈 캐피탈은 15조엔, 노무라증권은 13조엔. 실제 피해액을 20조엔으로 가정하면, 피해액은 일본 국내총생산(작년 479조엔)의 4%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으로 연간 GDP의 1%, 즉 4조8000억엔을 투입하면 4년 내에 복구할 수 있다. 영국 경제평론가 마틴 울프(Wolf)의 주장대로 이 정도 비용은 '(일본의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거의 하찮은(bagatelle) 수준'일지 모른다.

    낙관론은 복구 수요가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요사노 가오루 일본 경제재정담당 장관은 3월 17일 "지진에 의한 성장률의 마이너스 효과가 1~3%, 복구 수요에 의한 성장률 플러스 효과가 1~2%"라며 "전체적으로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닐 것"이란 정부 견해를 밝혔다. 지진 후 수정된 민간 회사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마이너스 0.9%(BNP파리바증권)에서 1.2%(다이와총연). 2008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4.5%로 내리누른 리먼 쇼크와 비교하면, 역시 '거의 하찮은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원전 사태가 이런 낙관론을 흔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난달 24일자에서 일본 경제의 '신(新) 3D'를 소개했다. 'Disaster(재해)', 'Debt(정부 부채)', 그리고 'Distrust(불신)'이다. 원전 문제로 일본의 은폐 체질이 드러나면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신뢰가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위험한 구조를 안고 있다. 정부 부채가 일본 가계의 순자산(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넘어서는 시점은 2014년. 지금까지 일본 국채의 90%를 소화해주던 민간 자금이 드디어 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일본 국채는 이 시점부터 신뢰에 의존해야 한다.

    원전이 최악의 상황에 몰리면서 단기적 난제로 부상한 것이 전력 문제다. 사고 원전을 안는 도쿄전력의 전력 공급 능력은 3500만㎾로 떨어졌다. 후쿠시마 원전을 제외한 다른 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해도 올여름 소비 전력(최대 6000만㎾)을 공급할 방법이 없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전력 부족으로 실시 중인) 현재의 계획 정전이 3개월만 이어져도 제조업 생산이 14%(5조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사선 누출에 따른 부수적 손실(collateral damage)은 규모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래도 일본 경제는 낙관적일까?

    원전에 대한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Weekly BIZ는 지난달 28~30일 일본 경제 전문가 4명을 긴급 인터뷰했다. 미타치 다카시(御立尙資)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일본대표, 윌리엄 그라임스(William Grimes) 보스턴대 교수, 아닐 카시얍(Anil Kashyap)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호시 다케오(星岳雄)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교수 등이다.

    그들은 원전 사태를 계기로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변수를 몇 가지 추가했다. 하지만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해는 다시 떠오른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강타한 지난달 11일 쓰나미로 물바다가 된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의 한 마을에서 집들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불타고 있다. 현재까지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최대 25조엔(GDP의 5%)으로 집계된다. /AP연합뉴스

    ◆일본 밖의 시선

    미국내 최고의 日전문가 3인으로부터 듣는다


    일본은 지금 3·11 대지진의 후폭풍과 사투 중이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시선이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태에 쏠려 있다. 이번 지진 피해 규모는 원전 사태의 향방에 따라 얼마든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Weekly BIZ가 이메일 인터뷰한 미국 최고의 일본 전문가 3인방의 반응은 차분했다. "일본은 별 문제 없이 이번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수십조엔 별것 아니다"

    일본의 국가 부채는 이미 GDP(479조엔)의 200%를 넘어섰다. 만성적 재정 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메워온 탓이다. 올해 예산(92.4조엔)도 42%가 빚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 쓰나미, 원전 사태가 겹쳤다. 복구를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다.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의 아닐 카시얍(Kashyap) 교수는 "재건 비용은 (국채 발행으로) 쉽게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총부채가 1000조엔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재건 비용 25조엔은 상대적으로 만만한 액수이며, 원전 피해로 비용이 늘어나도 감당할 만하다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 자문위원이기도 한 그는 "중요한 것은 일본이 지난 10년보다 앞으로 10년간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제대로 성장만 하면 이번 재해로 인한 비용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당장은 국채 발행으로 돈을 마련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증세(增稅)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카시얍 교수는 "일본 유권자들의 조세 저항이 예상되지만 그들에겐 선택지가 없다"며 "세수(稅收)보다 훨씬 많은 돈을 펑펑 써오지 않았느냐"고 했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에서 초빙 연구원으로 다년 근무한 적이 있는 윌리엄 그라임스(Grimes) 보스턴대 교수는 "이번 재앙의 좋은 점이 있다면 일본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공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윌리엄 그라임스 보스턴대 교수
    윌리엄 그라임스 "관동지역 제조업 피해 커 글로벌 부품 공급사슬과 서비스업까지 영향 심각"

    피해규모, 정말 막대한가

    호시 다케오(星岳雄)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교수는 "(이번 지진 피해가) GDP 2%의 재산피해를 낸 1995년 한신(阪神) 지진보다는 크지만 GDP의 30% 피해를 낸 1923년 관동 대지진보다는 덜하다"고 했다. 피해 복구를 올해 안에 끝마쳐야 하는 게 아니라 4~5년 계속할 것을 감안하면 연평균 피해 규모는 GDP 1% 정도가 된다. 경제 성장 속도에 따라 얼마든지 상쇄할 수 있는 규모란 얘기다.

    이보다는 후쿠시마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력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그라임스 교수는 "이번 사태는 (후쿠시마 원전의 송전 지역인) 관동 지역의 제조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글로벌 부품 공급사슬에는 물론, 서비스업과 대중교통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아닐 카시얍 시카고대 교수
    아닐 카시얍 "피해복구 재정 큰 부담 당장은 국채 발행해 충당 장기적으론 增稅 불가피"

    엔고(高)냐 엔저(低)냐

    통상 대형 재해가 나면 해당국의 통화 가치는 떨어진다. 일본은 거꾸로였다. 대지진 직전 달러당 83엔 선에서 거래되던 엔화는 지난달 16일엔 장중 76.25엔까지 급락(엔화 가치 급등)했다. 2차 대전 이후 최저였다. 지난달 18일 G7 국가 중앙은행들이 외환 시장에 공동 개입해 치솟는 엔화를 진정시켜야 했다.

    호시 교수는 "환율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인은 물가상승률, 금리, 해외 자산의 청산 규모"라며 "일본은 물가상승률과 금리가 제로(0)기 때문에 환율 예측은 일본의 해외 자산이 얼마나 엔화표시 자산으로 바뀔지만 따지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초(超)엔고 현상이 벌어진 것은 일본의 해외 자산 보유자들이 지진 복구를 위해 막대한 해외 투자금을 회수해 엔화를 살 것이란 전망이 퍼진 상태에서 투기세력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엔고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대지진으로 난타당한 일본 경제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하지만 초엔고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라임스 교수는 "최소 1년 후부터는 (복구와 석유·가스 도입을 위해) 상당량의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며 "(반대로 수출은 감소하므로) 엔화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G7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실제 엔화의 수요와 공급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G7이 일본을 지지한다'는 상징적 영향이 훨씬 중요했다"며 "이번 개입은 또한 엔화 가치가 급락하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져도 일본과 G7이 공조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했다.


    호시 다케오 UC샌디에이고 교수
    호시 다케오 "일본 GDP의 5% 날렸다 통화팽창 정책 계속땐 디플레이션 끝낼 수 있어"

    디플레는 언제까지

    호시 교수는 "일본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지탱하기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이 유용할 수 있다"고 했다. 물가가 오르면 부채 규모도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은행이 지진 직후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경제의 생산 능력이 감퇴한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계속 팽창 정책을 계속 쓸 경우 일본의 디플레이션도 끝장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그라임스 교수는 "일본은 10년 이상 매우 느슨한 통화 정책을 유지했지만 경제는 아직 디플레이션 속에 있다"며 "일본이 당면할 문제들 중에 인플레이션은 가장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지진이 던진 숙제

    카시얍 교수는 "이제 곧 지진으로 고통받는 회사들을 보호하라는 요구들이 빗발칠 것"이라며 "이같은 보호 조치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들에만 적용돼야 하고, 적절한 시기에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과도하고 오랜 보호가 '좀비 기업'들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실제 1923년 관동 대지진 이후 그런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일본 정부는 지진 피해 기업들에 구제 대출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애당초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들에까지 어음을 담보로 대출 혜택이 주어졌다. 지진이 없었더라도 망할 운명이었던 기업들이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다. 결국 기업과 금융권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1927년 구제 대출이 중단될 것이란 소문이 돌자 일본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3·11 대지진 직후에 출간된 일본의 주간경제지‘닛케이비즈니스’의 특집 지면. 제목은‘일본인의 경쟁력, 다시 한번 재기의 길로’이다.

    ◆일본 안의 시선

    보스턴컨설팅그룹 日대표 미타치 다카시 인터뷰

    일본은 굼뜨다. 대지진 구호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방향이 결정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이 결정되면 빠르고 주저 없다. 지금 일본은 소리 없이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먼저 원전사태로 시작된 전력 부족문제.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인터뷰한 미타치 다카시 보스턴컨설팅그룹 일본대표는 "7~8월까지 일본이 무엇을 하는지 보라"고 말했다. 매우 자신 있는 어조였다.

    "일본의 기업과 가정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엄청난 지혜를 짜낼 것입니다. (생·省에너지) 기술 수준을 높일 것입니다.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연료를 통해 전력 생산을 늘리는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이죠. 전력 부족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일본은 다른 차원으로 엄청난 진전을 이룰 것입니다."

    미타치 다카시 보스턴컨설팅그룹 일본대표가 지난달 30일 본지 인터뷰에서“(지진 피해 극복은) 엄청난 도전이지만 일본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도전의 질량이 더 커질 뿐”이라고 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미타치 다카시
    "일본의 기업과 가정은 에너지 효율 높이기 위한 엄청난 지혜를 짜낼 것

    이번 피해입은 동북지역 부흥 열망이 강했던 곳 中·두바이서 볼 수 있던 거대 신도시를 기대하라

    3년 5년을 단위로 보면 이번 비극은 일본에 플러스 효과 줄 것이다"


    다음은 파괴된 마을의 복구문제.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연안부의 상당한 지역은 고령화, 과소화(주민이 줄어드는 것)가 진행되던 곳이었죠. 같은 자리에 같은 마을을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스마트(smart) 시티, 콤팩트(compact) 시티, 노인이 살기 쉬운 신개념의 도시를 건설하겠죠. 중국, 두바이에서 볼 수 있던 도시가 일본 동북지역에 생기는 것입니다. 동북지역 부흥을 위해 (멈춰 있던) 규제 완화 논의도 진행될 것입니다. 에너지 효율, 고령화, 규제처럼 그동안 해결하기 힘들었던 문제들이 이번 비극을 계기로 해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지요. 3년, 5년을 단위로 보면 이번 비극은 일본에 마이너스효과보다 플러스효과를 더 크게 줄 것입니다."

    그는 "엄청난 도전이지만 일본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에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특히 지난 20년 동안 일본은 리더를 키우는 시스템이 약했습니다. 리더십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기대도 약했습니다. 이번 위기로 일본 사회에 다음 세대의 리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그런 기대가 메이지유신 직전처럼 리더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때는 사무라이라는 우수한 그룹이 있었습니다.

    "메이지유신 때 리더로 부상한 사람들은 사무라이 중에서도 낮은 층에 속했습니다. 농민, 상인 출신도 있었지요. 부모가 돈으로 사무라이 신분을 사들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큰 위기 때에는 본류(本流)에서 리더가 나오지 않습니다.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 동북지역은 부흥의 열망이 강한 곳입니다. 지역의 루트를 파고드는 재미있는 인재가 많지요. 중앙정부에서도 지금까지 없었던 네트(net)를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initiative·주도권)가 나타날 것입니다."

    일본의 순대외 투자액은 일본인이 해외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한 금액에서 외국인이 일본의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한 금액을 뺀 것.
    ―태평양전쟁은 위기 때 등장한 리더십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경우입니다.

    "세계에 등을 돌리고 우리 자신만을 생각하면 방향이 잘못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이상 내향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엄청나게 깨닫고 있습니다. 한국 등 세계에서 온 서포터, 일본 기업의 생산 중단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의 사슬)문제는 상호 의존이라는 진실을 일본 국민들에게 확실히 전달했습니다. 물론 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한다면 반드시 좋은(외향적·개방적) 방향으로 변할 것입니다."

    ―지금 일본에 필요한 리더상은 무엇입니까?

    "메이지시대엔 여러 리더들이 교체되면서 리더십을 만들었습니다. 포퓰리즘을 피하면서 강한 리더십을 형성하기 위해선 복수(複數)의 리더십이 논의를 통해 방향을 결정하는 방식이 좋다고 봅니다."

    ―경제문제로 돌아가 이번 위기를 통해 일본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 일본의 위기는 '3+2'입니다. 지진, 쓰나미, 원전 그리고 전력난과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 문제입니다. 지진과 쓰나미는 마이너스효과도 크지만 복구 수요라는 플러스효과도 있습니다. 서플라이 체인 문제는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위상을 다시 확인했지요. 이번 위기를 통해 일본의 산업 클러스터(cluster·집적지)가 생각보다 크고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시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첨단을 만들려면 일본이라는 의식을 강화시켰지요. 일본은 이제 'B to C(완제품산업)'에서 세계의 공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B to B(부품·소재산업)'에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세계의 공장이란 사실을 이번 비극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원전문제가 걱정입니다.

    "원전문제는 원전 자체보다 농수산물, 공산물에 미치는 부수적 손실(collateral damage), 공포로 인한 수요 감소와 같은 풍설(風說) 피해가 더 클 수 있습니다. 아직 피해 규모는 보이지 않지요."

    ―그럼에도 일본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십니까?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그 비극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가를 확실히 알 수 있다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곧 그(원전 피해의) 규모가 보일 것입니다. 도전의 질량이 더 커질 뿐이지요."

    ―복구비용으로 인한 정부 부채의 증가도 큰 문제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4월부터 일본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입니다. 전력문제로 생산 차질이 생기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예상됩니다. 여기에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가중되고, 정부의 국채 파이넌스가 어려워집니다. 안 좋은 시나리오이지요. 국가든 기업이든 위기 때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고위 관료와 경영진이 시나리오를 공유해야 합니다. 결국 신뢰의 문제입니다. 일본 정부는 복구 예산을 만들 때 앞으로 몇 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정부 부채를 어느 수준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패키지로 분명히 내놓아야 합니다. 반대로 1년 이내에 패키지를 제시하지 못하면 리스크가 커질 것입니다."

    ―엔화 약세를 예상하십니까?

    "90엔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80엔대 중반 정도가 좋다고 봅니다. 85~90엔 수준이라면 일본 기업은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을 높여 엔고 태세를 정비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