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의 종언(終焉).’

한국은행이 10일 기준금리를 이전 연2.75%보다 0.25%포인트 올린 연3%로 결정하면서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에선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했던 저금리 정책이 경기회복과 이로 인한 물가상승으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기준금리의 인상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측면에선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뉴스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 성장을 저해할 정도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면에선 부정적이다. 또, 시중금리가 급등해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이자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면에서도 우려할 만 하다.

◆기준금리, 2년3개월만에 2%대에서 3%대로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2008년 12월 이후 2년 3개월만에 연 3%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렸다.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될 기미를 보이자 한국은행은 2009년 1·2월 각각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대폭 내렸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3%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연2%로 떨어졌다. 연2% 기준금리는 2009년 2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 5개월간 지속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소비자물가가 작년보다 4.1% 오른데 이어, 지난 2월에도 4.5%를 기록하며 물가 부담이 가중되자 한국은행도 작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앞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은 김중수 총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3월 물가도 2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한은의 물가관리목표치(2~4%)를 훌쩍 넘어섰다. 리비아·이집트 등 중동 민주화 사태 여파로 유가(북해산 브렌트유)는 작년 9월 배럴당 70달러대에서 지난 2월 110달러대로 급등하면서 수입물가가 국내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기름, 식료품 등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작년 12월 3.3%에서 지난 2월 3.7%로 증가했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는 뜻이다.

많은 채권·증권 전문가들은 올해 추가로 2~3차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기대인플레이션 심리를 차단해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물가 안정에는 환율이 떨어지는게 좋은데 기준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들어와 환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이유로 제시된다.

다음 인상시기는 6월로 점치는 의견이 많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분석가는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다음 인상시기는 6월로 예상되며 연말 기준금리는 3.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 부채엔 큰 부담

기준금리 인상 전,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는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10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만기가 91일짜리인 CD의 금리는 지난 8일 연 3.3%를 기록, 2009년 1월7일 연 3.92%를 기록한 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CD금리는 연초 이후 0.5%포인트 올랐다. 이는 올 들어 기준금리 인상폭(0.5%포인트)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연초에 연 2.8%로 변동이 없던 CD금리는 한은이 지난 1월13일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2.5%에서 연2.75%로 올리자마자 오르기 시작했다. CD를 발행하는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그동안 CD금리 인상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CD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

CD금리는 은행 대출 금리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가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전체 대출잔액은 2월 말 현재 651조6640억원이다. 이 중 절반 정도가 CD금리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 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CD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연 이자 부담은 1조6300억원이나 늘어나게 됐다.

게다가 대출은 최근 증가세다. 작년 11~12월 6조원 가까이 감소했던 5개 시중은행 대출규모는 1~2월 5조7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총수신이 15조4000억원 급증하자 은행들이 이 돈을 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선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