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슈머리포트] '1등 업체' 서울우유의 위기

조선비즈
  • 하누리 기자
    입력 2011.02.20 13:42

    우유업계의 ‘공룡’, 서울우유가 곤경에 처했습니다.

    지난 15일 서울우유는 제빵업체나 커피전문점에 일제히 공문을 돌렸습니다. 3월부터 우유 가격을 10~60% 인상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이른바 ‘2차 가공업체’들입니다. 우유 회사로부터 우유를 사서 이 우유로 음식료를 만드는 업체들이니, 서울우유가 가격을 올리면 원가가 크게 오르는 셈이죠.

    이 사실이 다음날 오전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서울우유는 “인상이 아니라, 그동안에는 할인 가격으로 공급하던 것을 이제부터 정상가격으로 되돌린 것”이라고 언론에 해명했습니다. 가공업체들은 “큰일이기 하지만, 값을 올린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일은 일단락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8시쯤 서울우유가 다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냈습니다.

    “실무부서의 납품가격 의사타진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다. 납품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면서 인상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인상 사실을 철회한 것인지, 인상하려던 계획 자체가 없었다는 것인지 모호했습니다.

    왜 서울우유는 공급용 우유 가격을 최대 60%까지 올려야 했을까요. 그리고 왜 바로 철회해야 했을까요. 가장 큰 원인은 서울우유 자신에게 있는 듯합니다.

    서울우유는 2009~2010년 2차 가공업체에 우유를 팔 때 ‘초저가 전략’을 세웠습니다. 타사가 L당 1300~1500원 받을 때, 서울우유는 최저 900원만 받고 우유를 팔았습니다. 계약을 독식해 나간 것은 물론이죠. 우유업계 점유율 40%를 자랑하는 1위 업체만이 둘 수 있는 강수(强手)였습니다.
    서울우유 공장 현장 /조선일보DB
    그러나 올해 구제역 창궐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우유 물량이 급격히 부족해졌지만, 정부는 소비자 물가 인상을 금지했습니다. 서울우유도 일부는 낙농업자들로부터 우유를 사와야 합니다. 이들이 우유가격을 올리더라도 서울우유는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우유 가격을 올릴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서울우유가 빠져나갈 곳은 공급용 우유 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은 서울우유는 반나절 만에 인상안을 철회해야 했습니다.
     
    사실, L당 900원에서 50%를 인상해도 다른 업체의 1400원에 못 미칩니다. 서울우유의 첫 번째 해명대로 ‘정상가로 되돌리기’만 해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1위 업체라서 내세울 수 있었던 초저가전략. 1위 업체라서 짊어지는 인상안에 대한 주목과 책임. 서울우유는 지금 강자의 함정에 빠졌습니다.
     
    제빵업체 등 가공업체는 아직 서울우유에게 정식으로 ‘인상 공문은 취소’라는 공지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서울우유가 언론에만 서둘러 ‘인상은 없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서울우유가 정부를 등에 업은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정부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우유 가격은 앞으로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3월이 오면 초등학교 우유 급식이 시작됩니다. 유제품 비수기인 겨울도 끝나갑니다. 우유 수요는 늘어나고, 값은 못 올리고, 물량은 여전히 모자랄 것입니다. 함정에 빠진 공룡이 어떻게 잘 헤쳐나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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