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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사업자 4곳 선정] 시장규모 비해 사업자 너무 많아… "종편 안착 위한 대책 필요"

  • 조형래 기자

  • 성호철 기자
  • 입력 : 2011.01.01 02:59

    사업자 선정과정 '새로운 방송' 경쟁 아닌 자본금 싸움으로 변질
    역량 축적 기간도 없이 출범초부터 생존경쟁
    "광고 규제 완화 종편부터 우선 적용 등 후발업자 지원정책을"

    [종편 사업자 4곳 선정] 시장규모 비해 사업자 너무 많아… "종편 안착 위한 대책 필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사업자는 1~2곳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4개의 종편사업자를 선정한 데 대해 방송 전문가들은 "국내 광고시장 규모와 향후 미디어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은 숫자"라고 우려했다.

    더구나 종편사업을 통한 글로벌 미디어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소수의 종편사업자가 국내에서 자체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거꾸로 종편사업자들은 출범하자마자 극심한 생존 경쟁에 시달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권만우 경성대학교 교수(디지털콘텐츠학부)는 "몇몇 종편사업자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향후 시장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갖고 필요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금 경쟁으로 변질돼 개성 있는 종편 탄생 못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 종편사업자 선정에서 자본금 규모를 3000억원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 정부가 사업자 선정을 1~2곳으로 한정하고 관련 산업 육성 계획도 함께 내놓는다. 사업자의 경영에 규제를 가한 만큼 정부가 생존 대책도 마련해주는 식이다. 아니면 자본금 규모는 사업자 자율에 맡기는 대신 다수 사업자를 선정해 시장 경쟁을 시키는 게 일반적인 사업자 선정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종편사업자 선정에서는 정부가 자본금을 규제하고도 한꺼번에 4곳의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자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방통위 내부에서조차도 "시장 경쟁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1~2곳만 선정할 것인지 처음부터 명확히 했어야 했다"는 자성론(自省論)이 나오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는 "자본금을 강제하고 다시 시장 논리를 내세워 4개 사업자를 선정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등록제나 신고제도 아닌데 4개씩이나 선정하고 아무런 육성대책도 내놓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부)는 "지금 같은 규제 완화시대에 정부가 자본금까지 규정한 것은 과도한 개입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4개 종편사업자가 총 1조5000억원이 넘는 납입자본금을 실제로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또 일주일 남짓한 짧은 심사기간 동안 심사위원들이 6개 종편사업 신청자, 5개 보도사업 신청자의 사업계획서와 각 사당 10만 페이지에 가까운 부속 서류를 보면서 참여 주주들의 진정성을 제대로 평가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무리하게 자본금을 모은 사업자들은 앞으로 자본금을 실제 납부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무더기로 이탈할 우려도 있다"며 "그런데도 이에 대한 명확한 제재 규정조차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 선정 방통위 전체회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010년 12월 31일 오전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한 방통위 전체 회의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회의에서 조선일보가 최대주주로 참여한 CSTV를 포함해 jTBC(최대주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채널A(동아일보), 매일경제TV(매일경제신문) 등 4개 컨소시엄이 종편 사업자로 선정됐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사업자 선정 방통위 전체회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010년 12월 31일 오전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한 방통위 전체 회의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회의에서 조선일보가 최대주주로 참여한 CSTV를 포함해 jTBC(최대주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채널A(동아일보), 매일경제TV(매일경제신문) 등 4개 컨소시엄이 종편 사업자로 선정됐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종편사업 정책을 위한 후속 대책 마련 시급

    종편사업자를 통한 글로벌 미디어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 의도가 퇴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도 국내 시장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했지만 종편사업자들은 초반부터 종편사업자끼리는 물론 거대한 지상파 3사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매체공학과)는 "종편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2~3년간 케이블TV의 낮은 채널 번호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종편이 4곳이나 되기 때문에 종편 간 채널 확보 경쟁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종편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996년 018·019 등 후발 통신 사업자가 선정된 후 10년 넘게 후발 사업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비대칭 규제)이 이뤄졌듯이 이번 종편사업자들에게도 비슷한 형태의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방통위가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는 의약·생수 광고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종편사업자에게만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31일 사업자 선정 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규제 기관이 할 수 있는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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