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지난 2008년 이후 침체 일로를 걷던 미술시장에 약하게나마 서서히 봄기운이 피어오르고 있다. 뉴욕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 경매회사의 메이저 경매인 지난 11월 세일에서는 낙찰총액이 작년 같은 시기의 두 배로 뛰었다.

중국에선 올해 상반기 경매 낙찰총액이 3억2200만유로(약 4920억원)로 지난 2007년 상반기 2억1200만유로의 1.5배가 됐으니, 미술시장이 이미 바닥은 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술 투자 고수들은 어떤 작품을 살까?

경기에 따라 급격하게 널뛰기 하는 미술 시장에서 투자가치 있는 작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평소 국내외 미술시장을 꼼꼼히 모니터 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옥션에서 이중섭의 유화 ‘황소’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해외 미술시장에서 인지도 있는가

보통 너무 젊은 작가는 작품이 좋아 갖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면 투자를 목적으로 사지는 않는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직업미술가로서 위치가 굳어진 작가, 특히 수천만원대의 '적당한 가격'의 작품을 꾸준히 사고 있다.

실제로 경력이 다져진 국내 중견·원로 작가의 작품은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많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고수 투자자들은 외국 작가 또는 외국에서 통용되는 국제적인 한국 작가에게 집중한다.

어떤 미술작가의 투자가치를 볼 때 뉴욕, 런던, 홍콩 등 해외 미술시장에서 인기 있는지를 보는 것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 출신 현대작가 중 경매 기록가격이 가장 높은 줄 드 발린쿠르(Jules de Balincourt·38)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뉴욕에서 미대를 나오고 뉴욕에서 작업하고 있다. 현대미술 경매 낙찰총액 세계 10위인 아니쉬 카푸어는 말만 인도 출신이지 사실상 런던에서 살아온 영국작가다.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도 이렇게 외국에서 통용되는 국제적인 작가들을 주목해야 한다.

◆유작이 많아 자주 거래돼야

투자할 만한 외국 작가들의 작품은 어떻게 찾을까? 대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처럼 국내에까지 잘 알려지고 나면 이미 값이 오를 만큼 오른 뒤다. 따라서 아직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어도 해외시장에서는 주목받는 작가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작가를 알기 위해서는 사전 조사가 필수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아트바젤(Art Basel), 아모리쇼(Armory Show), 피악(FIAC) 등 국제 경매와 아트페어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작가가 일단 안전하다. 주요 시장에서 작품이 자주 거래되어야 가격 형성이 되고, 따라서 투자가치도 있다.

이중섭이 박수근에 비해 높은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는 것은 그가 요절했고 남긴 작품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28세에 요절한 미국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는 작품 양이 많고 자주 거래가 되기 때문에, 지난 1년간 세계에서 경매낙찰총액이 가장 높은 현대미술작가 1위에 올라 있다. 미술시장은 일반 시장이 아니라 구매자들 사이에서 정보가 매우 비대칭적인 특수 시장이다. 정보량에 따라 구매여건에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미술품을 구매하는 개인이 지식을 많이 쌓는 것만이 살 길이다.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전시됐는가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거나 중요한 그룹전에 포함이 된 작가인지도 중요하다. 현대미술시장의 인기 작가인 대미언 허스트, 아니쉬 카푸어, 길버트&조지, 크리스 오필리 등은 모두 영국 런던의 최고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이 선정하는 '터너 프라이즈' 수상자들이다. 현대 작가 중 경매 낙찰총액이 3위로 높은 피터 도이그(Peter Doigㆍ51)는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인 찰스 사치가 2005년 그의 미술관인 사치 갤러리에서 개최한 화제의 전시, '회화의 승리(Triumph of Painting)'에 포함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결국 미술 투자로 성공하는 고수들은 발품과 손품을 파는 리서치를 통해 해외 미술시장 트렌드를 꿰뚫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