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술계는 국회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고가(高價) 미술품을 팔 때 얻는 차익 중 일부에 세금을 매기는 법안이 내년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6년간 과세를 유예하자는 개정안을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한 가닥 희망이 생긴 것입니다. 과세 대상은 작고(作故)한 작가의 서화(회화·데생·판화 등) 중 6000만원이 넘는 미술품입니다.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도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미술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타당한지부터 미술계에 미칠 영향, 세수효과까지 심도 있는 토론이 있었다고 합니다. 소위에 참석한 국회 관계자는 "쟁점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고려할 요소들이 많아 의원들 대부분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며 "전체회의(28일 예정)까지 가기 전에 재논의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법안을 제출한 정부는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고가 미술품에만 세금을 매기지 않는 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세금 탈루나 상속 및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습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생각"이라며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미술품 양도세 줄다리기의 역사는 20년이 넘었습니다. 1990년 당시 재무부는 2년 유예기간을 전제로 양도 차익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미술계의 반대로 네 차례 유예됐다가 2003년 결국 폐기됐습니다. 그후 2008년 고가 미술품도 세금의 성역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2년 유예기간을 거쳐 미술품 양도세를 도입한다'는 법안이 제출된 것입니다.

미술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술품에 양도세를 매겨 걷을 수 있는 세금에 비해 부작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입장입니다. 박우홍 화랑협회 부회장은 "현재 여건으로 볼 때 과세조건을 충족하는 거래는 500건 이하로 징수액은 20억~25억원에 불과하다"며 "미술품 거래가 비공식적인 부의 축적 수단이라는 인식을 퍼뜨려 시장(市場)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당초 18일까지 조세소위 차원의 법안 심사를 끝내기로 했지만 밀린 법안이 많고 일정도 수시로 바뀌어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술계는 유예안 불발에 대비해 집단 대응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세금문제는 수많은 화랑과 미술계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조세 형평을 주장하는 정부와 한국 미술의 발전을 주장하는 미술계 사이에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지혜로운 결정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