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IMF의 추억'

조선일보
  • 유하룡 기자
    입력 2010.11.12 03:00

    현재 위기상황 당시와 닮아… 회복도 같은 패턴일까
    공통적으로 주택 공급 과잉 뒤 급감, IMF 때에는 집값 정상화 4년 걸려… "당시처럼 급등 힘들 것" 반론도 많아

    일러스트=최정윤
    시계를 13년 전으로 돌려보자. 1997년 11월 21일 오후 10시. 당시 임창열 경제부총리의 공식 발표로 한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사실상 국가 부도사태를 맞았다. 부동산 시장에도 쓰나미가 몰려왔다. 곳곳에서 집값이 폭락하고, 전세금도 바닥을 모른 채 추락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998년 한 해 동안 집값은 평균 12.4%, 전세금은 18% 넘게 떨어졌다. 국민은행이 집값과 전세금 조사를 시작한 1986년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이후 주택 시장은 두 갈래 길을 걷게 된다. 폭락했던 전세금은 이듬해(1999년) 폭등세로 돌변한 뒤 2002년까지 4년 동안 연평균 10%가 넘게 줄달음쳤다. 반면, 매매가격은 2000년까지 약세를 보이다가 2001년(9.9%)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 기준으로 2002년 1월(68.9)에야 IMF구제금융 직전 수준을 겨우 넘어섰다. 집값이 정상화되기까지 4년쯤 걸린 셈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시장도 갑작스런 외부 충격으로 급격한 침체에 빠졌다가 최근 들어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금도 뛰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주택 시장이 IMF 당시와 비슷한 회복 패턴을 보일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급 과잉 뒤 급감" 닮은꼴

    IMF 당시와 2008년 이후 주택 시장의 공통점 중 하나는 주택건설과 입주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기 신도시가 지어지던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전국 주택건설실적은 연평균 63만 가구를 웃돌았다. 그러나 IMF사태 이듬해인 1998년엔 30만 가구로 반 토막 났다. 이후 2000년까지도 연 40만 가구 수준에 머물렀다가 2001년에야 50만 가구를 회복했다. 당시 대우건설에 근무했던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IMF가 터지면서 모든 주택 사업이 한동안 올스톱됐다"면서 "불과 1년 만에 전세금이 폭등세로 돌아선 배경에도 주택 입주 물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상황도 비슷하다. 2007년 55만 가구에 달했던 주택건설 실적은 2008년과 2009년에 38만 가구 안팎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2007년에 일시적으로 공급이 급격히 몰렸다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도 9월말까지 주택건설 실적은 16만 가구에 불과해 연말까지 30만 가구를 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올해도 일시적인 입주 과잉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부분 고가(高價)이거나 중대형 주택에 해당된다"며 "내년에도 전반적인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최소 20~30% 이상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외부여건은 달라

    물론 당시와 지금이 다른 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부분이 실물경제 여건과 정부 정책을 꼽을 수 있다.

    IMF 당시에는 금융경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대출금리는 연 20%가 넘었고, 웬만한 대기업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을 만큼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었다. 집값 폭락의 원인도 여기에 있었다.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헐값에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온 주택이 집값 하락을 부추겼다. 당시에는 경제성장률이 -7%까지 떨어지며 기업은 대규모 적자에 시달렸고 가계는 실업과 소득 감소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실물경기도 중소기업과 건설업 등 일부를 제외하면 나쁘지 않다.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매월 경신하고,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은 유례없는 흑자를 내고 있다.

    정부 정책 기조도 IMF당시와 지금은 상당히 달라져 있다. IMF 극복을 위해 김대중 정부는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부분 풀어 경기 부양에 올인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주택경기 침체를 부인하지 않지만 집값 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주택시장 어디로 갈까

    향후 주택시장이 IMF 당시와 비슷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론자들은 일시적인 공급 과잉은 끝났고, 내년부터 공급 부족이 본격화하면 집값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급의 대표지표인 입주물량은 내년부터 2~3년 동안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IMF 당시보다 실물경제 여건이 좋고,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각국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으로 자산 인플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IMF 당시와 지금은 주택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져 집값이 크게 오르기 힘들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유보다 임대시장의 저변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가계부채와 주택 금융 규제로 구매력이 떨어지고, 가격상승 기대심리가 이미 꺾였다는 분석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주택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정부의 정책이 급변하거나 외부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전국적인 수준의 집값 급락이나 급등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