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정의 CEO라운지] 이희성 대표 "비즈니스도 연극 무대"

조선비즈
  • 류현정 기자
    입력 2010.11.07 15:00 | 수정 2010.11.07 16:37

    인텔코리아 이희성 사장은 "비즈니스는 연극 무대"라고 말한다.

    - “스마트 TV 혁명, 한국이 주도할 것”
    - 비즈니스도 연극 무대

    “사장님,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자세를 잡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럴까요? 하하”

    기자의 주문에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이 활짝 웃는다. 싫어하지 않는 눈치. 이 사장은 마침 프로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특별 주문'에는 이유가 있다. 2006년 인텔코리아가 '코어2듀오'라는 신형 CPU를 발표할 때 이 사장은 가죽점퍼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몰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이날 사건은 두고두고 IT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 사장도 행사 소품으로 사용된 헬멧을 버리지 않고 기념으로 갖고 있다.

    "제가 요즘 70년 개띠라고 말하고 다녀요. 하하. 농담입니다. 사실은 서강대 81학번(62년생)입니다. "

    이 사장은 이름도 비슷한 한국IBM 이휘성 사장과 함께 다국적 IT기업의 대표적인 '서강학파'로 분류된다. 88년 금성전기 연구개발실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91년 전산담당자로 인텔코리아로 입사했다. 인텔과 인연을 맺은 지 20년이 된다.

    이 사장은 실제 동안(童顔)이다. 스스로 젊게 사려고 노력한다. 비법이 따로 있을까? 스트레스가 많은 CEO 직함을 달고서 말이다.

    -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타고 나타나는 게 쑥스럽지 않나요.
    "비즈니스 자체가 연극입니다.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적임자를 고르고 홍보하고 매출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연극 하나를 무대에 올리는 것과 똑같아요. 프리젠테이션 자체도 연기력이 필요해요. 비즈니스가 연극 무대라고 생각하면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든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지요. 그래요. 난 연극에서 비즈니스를 배웠습니다."

    이 사장은 서강대 재학시절 4년 내내 연극부에서 활동했다. 안톤 체홉의 '갈매기'라는 작품에선 남자 주인공 뜨레블레프도 맡았다. 집에선 대학 공부 안하는 아들이 걱정돼 군대에 보냈지만, 제대 후에도 그의 연극 사랑은 그칠 줄을 몰랐다.

    "인텔에서 새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작품을 연구하고 기획하고 배우를 찾고 홍보하던 연극부 시절을 떠올립니다. 사실 학점은 2.0 수준이에요. 그러나 이렇게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되니 연극부 생활이 결국 인생에는 큰 도움이 된 것이죠. 우리는 영업맨, 엔지니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연출자와 배우로서 사는 것입니다."

    인터뷰 도중 사진사가 사진을 연거푸 찍어대는 데 자세가 매우 자연스럽다. 유능한 사진기자가 순간을 포착하지 않아도 사진이 잘 나올 것이 분명했다.

    "'연극부 선배 중에 정말 특이한 분이 있었어요. 연극을 잘하려면 자세가 좋아야 하고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연극부원 전원을 테니스를 배우게 했지요. 지금도 테니스가 취미예요. "

    - 그러면 골프 자세도 좋겠습니다.
    "죽이지요.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뜻.)'입니다. 다들 칭찬합니다. 그런데 골프 칠 때 카트는 안타고 뛰어다녀요. 테니스를 한번 치면 4~5시간 정도 치는 스타일이라 골프는 운동이 안돼서 못참아요."

     
    이 사장의 고향은 강원도 속초. 중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전학왔다. 고향에 내려가면 친구들 사이에 '희성이는 언제나 세련된 아이'로 포지셔닝돼 있다. 서울 친구들 사이에 '강원도 촌놈'이 아니라 강원도 친구들 사이에 '서울 소년'으로 살아온 그다.

    - 한국법인 사장이라는 자리가 실적에 따라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는 파리 목숨 같은 자리입니다. 인사 관련 소문도 많구요. 그런데 인텔코리아의 경우 사장이 바뀔 것이라는 풍문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벌서 6년차 사장입니다.
    "하하. 모 통신회사(한국모토로라)에서 저를 스카웃하려고 한 것이 인생의 전환기가 됐습니다. 그게 계기가 돼 인텔코리아 사장이 좀 빨리 됐습니다. "

    이 사장은 인텔코리아 전산담당자(IT manager)로 입사해 네트워크 영업 엔지니어, 채널 영업 부문 이사, 통신 영업 부문 이사아 본부장을 거쳤다.

    따지고 보면 그는 사장이 되기 전 인텔의 핵심 영역인 PC 프로세서(CPU)를 한번도 팔아본 적이 없다.


    "맞아요. 인텔코리아에서 CPU 등 핵심 사업부가 아니라 통신과 같은 주변 사업부만 돌았지요. 그래도 한번도 일이 힘든 적이 없었어요. 일하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기회는 오더라구요. 인터넷 서비스와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실적을 냈지요."

    2~3년 내 한국이 스마트 TV 혁명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는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 그런데, 인텔코리아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있을까요? 한국 PC 시장이 거의 성숙돼 있잖아요. 인텔 CPU 판매량 증가에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본사도 중국에 더 신경을 쓰지요.
    "아뇨. IT 분야에 거대한 새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삼성, LG, 구글 등이 앞다퉈 스마트 TV를 내놓고 있습니다. 곧 스마트 혁명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그 중심지 중 하나가 한국이 될 것입니다. 2~3년 내 인텔코리아에서 한 획을 굵게 그을 일이 남았습니다. 이 TV 혁명은 한국인인 에릭 김 전 인텔 수석 부사장이 인텔에 있으면서 남겨 놓은 마지막 작품이기도 합니다. 인텔코리아의 행보를 지켜봐주세요."

    그는 PC 사업 부문도 삼성전자 PC사업 부문이 전세계인 1위인 HP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CPU를 공급하는 인텔코리아의 성장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힘들거나 어려운 일은 없나요.
    "인텔과 LG전자가 2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스마트폰 'GW999(인텔 무어스타운 플랫폼 탑재)'가 국내에서 출시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인텔코리아 조직 전체가 업그레이드됐습니다. "

    이 제품은 지난 1월 CES에서 인텔 최고경영자인 폴 오텔리니 사장이 CES 기조연설에서 직접 시연해 화제를 모은 제품이다. 그러나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사들이 인텔 앱스토어와 연동되도록 한 GW999가 사업성이 낮다며 출시를 보류했다.

    인텔코리아에서 홍보를 맡고 있는 최원혁 이사는 스트레스 받는 체질이 아니라고 귀뜸한다. 한 번은 병원에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했는데 최하 수준으로 나왔다고 한다.

    "하늘에 구멍이 날까 왜 걱정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합니다. 제가 못하는 것은 동료나 다른 직원들한테 맡깁니다. 그래도 안되면 아예 신경 자체를 안씁니다."

    이쯤되니, 그가 젊게 사는 비결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집에서는 어떠신가요? 부인께서 왠지 서운해할 것 같습니다. (남편이 일을 너무 재미있어 하면 부인은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 던진 질문이었다.)
    "그렇지. 부인한테 항상 미안하지. 밖에서 진을 다 빼고 가기 때문에 집에서는 아예 뻗습니다. 아무것도 못해요. 우리 공주님들하고도 30분, 그 이상은 절대 못놀아줘요."

    마치 연극이 끝난 무대 뒤 풍경이 그렇듯이 말이다. 물론 다음날 아침, 이 사장은 초연(初演)하는 배우처럼 비즈니스 무대에 나갈 것이다.

    그는 마지막 멘트도 천상 ‘배우’같은 말을 남겼다.
    “IT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전화하세요. IT 바닥에도 나를 추종하는 기자 ‘팬’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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