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金으로 이슬람 형상화' 중동 왕실 사로잡다

  • 청주=김덕한 기자

  • 입력 : 2010.10.21 03:21

    해외서 더 알아주는 '글로벌 1등 상품'… 한국도자기 '프라우나'
    올 '중동 왕실 입찰'에서 명품들 제치고 '5전5승'
    "보석 붙이는 기술 등 최고" 英해러즈백화점에도 입성

    "금으로 이슬람을 표현한 도자기 세트를 제작하라."

    올 초 중동 어느 왕실에서 '시험문제'가 나왔다. 한 공주의 결혼식 잔치에 쓰일 도자기를 입찰에 부친 것. 선정 방식은 왕족들이 둘러앉아, 브랜드를 가리고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 초청받은 브랜드는 로젠탈(독일)·베르나르도(프랑스)· 빌레로이&보흐(독일)·에르메스(프랑스)·로열크라운더비(영국) 같은 세계적인 명품들이었다. 그러나 선정된 제품은 이름도 생소한 한국도자기의 '프라우나(Prouna)'였다.

    중동 왕실 도자기 경합, 5전 5승

    처음 과제를 접한 한국도자기 디자인팀은 며칠 밤을 새운 끝에 금으로 아련한 초승달을 띄우고, 그 아래로는 두툴거리는 모래 질감을 살려 모랫바람을 형상화한 후, 꽃의 이미지를 담자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꽃을 형상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 진짜 꽃이나 동물을 새겨 넣으면 이슬람이 금기하는 '우상 숭배'에 해당돼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된다. 그래서 무조건 예쁘게만 만들어 제출한 경쟁브랜드들은 모두 탈락했다.

    한국도자기 공예실 직원들이 프라우나(Prouna) 브랜드 도자기에 스와로프스키가 제작한 보석을 붙이고 있다. 특수 접착제를 사용해 영하의 추운 곳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도 이 보석들은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도자기 제공
    한국도자기 공예실 직원들이 프라우나(Prouna) 브랜드 도자기에 스와로프스키가 제작한 보석을 붙이고 있다. 특수 접착제를 사용해 영하의 추운 곳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도 이 보석들은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도자기 제공
    이뿐 아니라 카타르·UAE 등에서 올 들어 다섯 차례 있었던 '중동 왕실 입찰'에서 프라우나는 5전 5승을 거뒀다. "백금으로 꽃을 형상화하라" 같은 이슬람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디자인 싸움에서부터 "수백 명 분의 디너 도자기 세트를 1주일 안에 제작하라" 같은 생산기술 싸움까지 모두 앞섰기 때문이다.

    한국도자기는 도자기를 만드는 몰드에서부터 원료배합, 전사지(도자기에 새길 무늬를 인쇄한 특수 비닐) 생산, 공예, 기계 운용 등 모든 과정의 일관생산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김동수(金東洙·74) 회장은 '구조조정도 하지 않고, 아웃소싱(outsourcing·외주)도 하지 않는다'는 경영방식을 고집하고 있고, 그것이 결국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입찰에 참여했던 해외영업부 이범석 차장은 "디자인·생산기술에서 모두 앞서기 때문에 결국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프라우나가 중동 왕실을 점령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 밀어내고 런던 해러즈에 입성

    한국도자기는 올해를 '글로벌 브랜드 원년'으로 삼고 있다. 시동은 작년부터 걸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 '프라우나USA'를 설립하고 맨해튼에 매장을 차렸다. 민경혁 전무는 "미국의 고급 홈웨어 수입상들이 재작년 경제위기 이후 많이 문을 닫아, 좋은 조건에 진출할 수 있었다"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지도를 높여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중동 부호를 겨냥해 만든 한국도자기 프라우나의‘아라빅 다이아나’. /한국도자기 제공
    중동 부호를 겨냥해 만든 한국도자기 프라우나의‘아라빅 다이아나’. /한국도자기 제공
    지난 4월엔 세계 명품들의 집합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 런던의 해러즈(Harrod's)백화점에 입점했다. 실적이 나빠진 베르사체 등을 밀어내고 들어간 것. 프라우나는 172개 해러즈백화점 홈웨어 브랜드 중 백화점측이 제시한 매출 목표 달성률에서 상반기 1위를 차지했다.

    미국·영국·중동 이외에 그리스·터키 등 유럽과 뉴질랜드 등에도 매장을 냈다. 지금은 남미쪽 딜러들을 만나며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껏 세계 유명 브랜드들에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납품하며 안면을 익힌 세계 각지의 바이어들이 이제는 프라우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프라우나의 이 같은 선전(善戰)의 힘은 예술성과 기술력. 최근 충북 청주 한국도자기 공장 1층 공예실에 들어서자 여러 명의 직원들이 핀셋으로 도자기에 스와로브스키의 작은 보석들을 붙이고 있었다. 접시·찻잔·화병 등에 많게는 3000개가 넘는 보석을 일일이 손으로 붙인, 주얼리 제품들은 비싸게는 2700만원을 호가한다.

    보석으로 구성되는 예술성도 예술성이지만 이 보석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한국도자기의 기술. 영하의 날씨에서 펄펄 끓는 물을 잔에 따르면, 잔이 깨질 듯 '쫙쫙'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심한 수축·팽창이 일어나지만, 이때에도 보석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황현수 부장은 "일부 외국 브랜드가 보석을 붙인 제품을 만들고는 있지만 100% 보장을 해주는 제품은 프라우나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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