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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놀라워라, 풍뎅이의 과학

  • 조호진 기자
  • 입력 : 2010.09.30 03:05 | 수정 : 2010.10.04 07:01

    한국 과학자들 생체모방기술 잇단 쾌거
    나미브 사막 풍뎅이… 대기 중 수분 피부에 모아 스스로 먹을 물 만들어
    남미 장수풍뎅이… 피부 내부에 다공성 격자 습도 따라 색깔 변해

    이해신 교수
    이해신 교수
    매년 전 세계 인구 중 30억명은 물 부족에 시달린다.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일부 지역 주민들은 갈증이나 생활상의 불편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받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도 말라죽지 않는 아프리카 풍뎅이의 생존법에서 물 부족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 있다. 이 풍뎅이들은 건조한 사막의 대기에서도 생존에 충분할 정도의 수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풍뎅이가 지닌 이 '생체우물'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풍뎅이의 비밀을 활용한 다양한 생체모방 기술을 소개한다.

    제 몸에 우물을 가진 풍뎅이

    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브 사막에 사는 풍뎅이는 물이 없어도 생존이 가능하다. 제 몸에서 스스로 수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일종의 우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뎅이가 수분을 자급하는 비밀은 껍질에 있다. 나미브 풍뎅이의 등을 현미경으로 보면 울퉁불퉁한 미세한 요철(凹凸)이 돋아 있고 그 가운데 일부 매끈한 지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요철의 크기는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서강대 이승엽(왼쪽) 교수와 박정열 교수.
    서강대 이승엽(왼쪽) 교수와 박정열 교수.
    나미브 풍뎅이의 등 표면에 대기의 수분이 닿으면 요철 때문에 달라붙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움직이던 수분 입자가 요철이 없는 지점에 닿으면 움직임을 멈춘다. 요철 없이 매끈한 지점에는 물과 결합을 잘하는 물질이 있어서 수분 입자가 달라붙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요철이 없는 지점에 수분 입자가 하나 둘 모이면 입자 크기가 점차 커져 지름이 0.5㎜까지 확대된다. 풍뎅이는 이렇게 모은 수분을 섭취하며 생존한다.

    KAIST 화학과 이해신 교수팀은 풍뎅이의 이 같은 물 생산 기술을 모방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교수팀은 산화알루미늄으로 풍뎅이 등과 같은 요철을 만들고, 물을 모으는 지점에는 홍합이 분비하는 접착 단백질을 발랐다. 홍합은 바닷물 속에서도 바위에 달라붙을 정도의 강한 접착력을 보이는데, 자신이 분비하는 접착 단백질 덕분이다.

    이 교수팀은 이렇게 만든 인공 풍뎅이 등으로 대기 중에 수분을 모아 0.4㎜ 크기의 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8월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학회 '고던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이해신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 풍뎅이 구조는 한정된 공간에서 물이 귀한 우주선에 사용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물 부족 지역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미브 사막에 사는 풍뎅이. /카이스트 제공
    나미브 사막에 사는 풍뎅이. /카이스트 제공
    풍뎅이는 천연 습도계

    남미의 장수풍뎅이는 습도가 낮을 때는 황갈색을 띠다가, 습도가 올라가면 검은색으로 껍질 색깔을 바꾼다. 남미 장수풍뎅이의 껍질 내부에는 미세한 구멍을 가진 격자막이 층층이 쌓여 있다. 이 격자막의 구멍 크기는 약 27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습도가 높아지면 대기 중 수분이 풍뎅이의 껍질로 스며들어 막의 구멍에 자리 잡는다. 공기가 건조해지면 풍뎅이가 지녔던 수분이 다시 날아가면서 풍뎅이 내부의 구멍이 비게 된다. 습도에 따라 풍뎅이의 격자 구멍에 들어 있는 수분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남미의 장수풍뎅이는 건조해지면 껍질이 황갈색을 띠었다가, 습해지면 검은색으로 바뀐다(사진 왼쪽). 이는 빛이 풍뎅이 내부의 다공성 격자 구조(사진 맨 아랫줄의 왼쪽)의 구멍을 통과할 때, 수분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반사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강대 이승엽 교수팀은 인공 풍뎅이 격자 구조(사진 맨 아랫줄의 오른쪽)를 만들어, 습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인공 풍뎅이 격자 구조는 건조할 때는 연한 푸른색을 띠었다가 습해지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사진 오른쪽). /서강대 제공
    남미의 장수풍뎅이는 건조해지면 껍질이 황갈색을 띠었다가, 습해지면 검은색으로 바뀐다(사진 왼쪽). 이는 빛이 풍뎅이 내부의 다공성 격자 구조(사진 맨 아랫줄의 왼쪽)의 구멍을 통과할 때, 수분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반사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강대 이승엽 교수팀은 인공 풍뎅이 격자 구조(사진 맨 아랫줄의 오른쪽)를 만들어, 습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인공 풍뎅이 격자 구조는 건조할 때는 연한 푸른색을 띠었다가 습해지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사진 오른쪽). /서강대 제공
    이때 햇빛이 풍뎅이 껍질을 비추면, 풍뎅이가 보유한 습도에 따라 반사하는 빛의 색이 달라진다. 유리컵에 물을 채워 넣으면 투과하는 빛의 진행 방향이 달라지듯이, 풍뎅이 격자의 수분이 빛의 진행 방향을 틀어서 풍뎅이의 껍질색이 바뀌는 것이다.

    서강대 기계공학과 이승엽, 박정열 교수팀은 풍뎅이의 격자 구조를 모방해, 전원 없이 습도를 표시하는 나노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관련 성과를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Applied Physics Letters)'에 지난 7일 발표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승엽 교수팀의 성과를 '주목할 만한 연구'로 23일 소개했다.

    연구진의 인공 풍뎅이 격자 구조는 건조할 때는 연한 푸른색을 띠었다가 습해지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이승엽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풍뎅이 모방 습도계는 수분이 아닌 가스 같은 다른 물질 확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전원이 필요 없기에 군사 시설물, 폭발성이 강한 화학품 감시에 반영구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기계공학과 이승엽,박정열 교수팀이 남미 풍뎅이의 특징을 모방하여 만든 습도 센서 연구를 네이처지가 주목하는 연구로 보도했다. /조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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