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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계란 잡는 촉감까지 전달 '인공 피부' 나왔다

  • 조호진 기자
  • 입력 : 2010.09.14 03:04

    韓·美 연구진, 반도체 이용 개발 미세한 압력까지 감지 가능
    의수·의족에 입혀 물건 만지면 실제처럼 촉감도 느낄 수 있어

    수백㎏의 철판을 척척 운반하는 로봇도 정작 날계란이나 꽃잎을 살포시 잡는 일은 하지 못한다. 로봇의 손아귀에서 계란은 박살이 나고 꽃잎은 짓이겨지고 만다. 사람의 손처럼 섬세한 손을 가진 로봇을 만드는 것은 로봇에 감정과 지능을 이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사물에 따라 힘을 제어할 수 있는 이유는 정교한 압력센서, 바로 피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를 통해 사물마다 다른 강도와 거칠기를 읽어들여 그 정보를 뇌에 전달하면, 뇌는 그에 맞는 힘의 세기를 결정해 근육을 제어하는 것이다.

    만약 로봇의 손가락에 사람의 피부 같은 압력센서를 입힐 수만 있다면, 로봇이 나비를 사로잡고 강아지를 쓰다듬고 생두부를 쥐는 일도 가능해진다. 이처럼 사람의 피부와 같은 섬세한 압력센서를 만드는 연구에서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진일보한 성과를 냈다.

    반도체로 만든 인공 피부를 덧입은 로봇팔이 계란을 잡는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 12일 울산과기대 고현협 교수, UC버클리 자비 교수팀이 펜을 집을 때 필요한 압력을 알려 주는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UC버클리 제공
    반도체로 만든 인공 피부를 덧입은 로봇팔이 계란을 잡는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 12일 울산과기대 고현협 교수, UC버클리 자비 교수팀이 펜을 집을 때 필요한 압력을 알려 주는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UC버클리 제공
    나비 움직임 느낄 수 있는 인공 피부 개발 연구

    인공 피부가 사람의 피부처럼 작동하려면, 각기 다른 사물을 쥘 때 필요한 압력을 섬세하게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 피부에 접하는 대상이 얼마나 무거운지, 깨지기 쉬운지를 정량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압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인공 피부가 맞닿은 물체가 전달한 압력을 알아내 로봇에 전달하면, 로봇은 그에 맞는 힘을 사용한다. 이런 인공 피부를 갖춘 로봇이라면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도, 섬세한 가사일도 할 수 있다.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머티리얼스'에는 손가락으로 툭 치는 정도의 미세한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정교한 인공 피부가 개발됐다는 두 편의 논문이 실렸다.

    울산과기대 나노생명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 UC버클리 전자·컴퓨터공학과 알리 자비(Javey) 교수 공동연구팀과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제낸 바오(Bao) 교수팀은 각각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기존의 인공 피부가 측정할 수 있는 압력의 정확도를 10배 이상 높인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 고 교수팀은 무기물 위주의 반도체로 인공 피부를, 바오 교수팀은 유기물 위주의 반도체로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는 점이 서로 다르다.

    측정할 수 있는 압력의 정확도에서는 바오 교수팀이 한발 앞섰다. 바오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 피부는 나비가 내려앉았는지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반면, 고현협 교수팀은 펜을 집거나 컴퓨터 자판을 칠 때의 압력인 1킬로파스칼(kilopascal·1킬로파스칼은 약 0.01기압)을 감지할 수 있는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

    나비가 스탠퍼드대학의 바오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 피부에 앉고 있다. 바오 교수팀은 나비가 내려앉는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스탠퍼드대 제공
    나비가 스탠퍼드대학의 바오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 피부에 앉고 있다. 바오 교수팀은 나비가 내려앉는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스탠퍼드대 제공
    기존 인공 피부가 감지할 수 있는 최소 압력은 수십 킬로파스칼이었다. 그것도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는 압력만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평 방향으로 작용하는 압력을 감지할 수 없으면 인공 피부에 놓인 물체가 피부를 타고 이동을 하더라도 이를 알아내기 어려워진다.

    이번에 발표된 두 인공 피부는 수직·수평 방향 모두에서 작은 압력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 피부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이런 인공 피부를 의수(義手), 의족(義足)에 입히면, 의수·의족은 보다 진짜 팔, 다리에 가까워진다. 인공 피부를 입은 의수로 사물을 만지면서 인공 피부가 감지한 압력을 뇌에 전달해 사물의 촉감을 경험할 수 있다.

    압력 측정의 정확도에서 앞선 바오 교수팀의 유기물 인공 피부는 전력 소비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휘어지는 정도가 떨어져 자유롭게 오므리거나 펴는 데 지장이 있다. 고현협 교수팀의 인공 피부는 전력 사용은 적고 자유롭게 휘어지지만 제조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화상환자의 피부 복원을 위한 인공 피부 연구도 활발

    인공 피부 연구의 또 다른 갈래는 불에 데어 피부를 잃은 화상환자의 흉한 얼굴을 예전으로 복원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시판 중인 인테그라 인공 피부세포는 화상을 입은 사람의 피부를 대체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피부 세포의 아래에 있는 진피세포만을 바꾸는 수준이다. 피부 맨 위쪽에 있는 표피세포는 피부 이식으로 별도로 바꿔줘야 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전욱 교수팀은 최근 콜라겐으로 진피세포와 표피세포를 동시에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진피세포와 표피세포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전욱 교수팀은 관련 성과를 국제학술지 '저널오브머티리얼스케미스트리(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에 작년 말 발표했다.

    전욱 교수는 "개발한 인공 피부가 기존의 신경 세포와 연결돼 뇌에서 인공 피부를 인지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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