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거다 내거다 하면서 칸막이 싸움만 할 틈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트위터러 정치인’으로 유명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한나라당 국회의원)은 23일 “아이패드(i-pad) 등 테블릿 PC 돌풍은 진정한 의미의 지식사회로 나아가는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며 “지식주도형 산업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IT(정보기술)를 중심으로 한 융·복합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오 전 의장은 지난 23일 조선미디어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개최한 ‘제3회 조경(朝經) 인사이트 포럼-아이패브發 콘텐츠 산업 빅뱅’에서 축사를 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태블릿 PC가 보편화되면 기존의 IT 디바이스(기계·장비) 제조회사와 통신회사, 콘텐츠 개발 사업자들 사이의 융·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지식·문화·산업 전 부문에 걸친 빅뱅(big bang·대폭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도 융·복합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스마트폰을 꺼내 트위터 페이지를 보여주며 정치인으로서 소통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1999년 ‘전자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IT 얼리어덥터다’다. 정보통신 분야의 정책방향을 연구하면서 컴퓨터를 배웠고, 국회의장 재임 시절에는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정쟁(政爭)으로 꽉막힌 국회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트위터러로서의 소통점수 만큼은 높게 받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에서 트위터 프로필을 보여줬다. 3253명이 그를 팔로잉(following·메시지를 구독하는 것)했고, 그는 3445명의 트위터러를 팔로워(follower·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구독하는 것)하고 있었다.

그는 “정치인 특유의 ‘나를 따르라’는 식의 소통은 하고 싶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응답하는 즐거움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팔로잉 하는 사람들은 모두 ‘맞팔’(서로의 글을 공유하기로 관계를 맺는 것)하고 있다”고 한뒤, “메시지를 너무 많이 보내다보니 스팸으로 분류되기도 했다”는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포럼 축사를 하면서도 “트위터에 ‘국회의원이 30분이나 늦어서 행사가 늦게 시작됐다’고 하셨는데, 저는 제 시간에 왔습니다”고 해명하며 트위터를 통한 소통에 관심을 나타냈다.

김 전 의장은 현 정부의 IT정책 방향에 대해 “IT가 다른 산업을 선도하고 융합을 주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식경제부가 산업을 맡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 분야의 규제를 관장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콘텐츠 산업 진흥을 담당하도록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IT정책 추진력이 분산되는 결과만 낳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IT가 주도하고 여기에 콘텐츠가 융합된 미래과학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융·복합을 강력하게 이끌 수 있는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 부처이기주의를 없애고 칸막이를 터서 산업 육성과 진흥에 힘을 실어야 한다”며 “제도와 운영을 모두 바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