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CEO] "소니 임원회의 최고 화두는 삼성·LG"

조선일보
  • 백강녕 기자
    입력 2010.07.23 03:52

    韓·日 CEO 두루 거친 안경수 노루페인트 회장
    한국 기업 최고 강점은 오너경영의 빠른 의사 결정
    극단적인 승리 추구하느라 경제적으로 고립 자초… 이젠 외국과 공존공영해야

    "당신은 알겠죠, 삼성이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지난 6월 일본 소니를 움직이는 경영집행역(corporate executive·한국의 등기임원) 회의장.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을 포함한 8명의 경영집행역 가운데 한 사람이 심각한 목소리로 안경수(58) B2B 솔루션 겸 글로벌 비즈니스 그룹장에게 물었다. 소니의 사장급 최고 경영진 가운데 단 한 명의 한국인 안경수 그룹장은 몇년간 자기 업무와 상관없이 이와 비슷한 질문에 시달렸다.

    "소니 최고 임원회의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가 삼성· LG 등 한국 기업입니다."

    노루페인트 안경수 회장은 "지난 6월 말 소니를 퇴사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런 정체성 혼란문제"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한국 기업을 이길 것인가를 논의하고 심지어 그런 회의를 주재하며 뭐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경수 노루페인트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연구·생산 등에 있어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기주 인턴기자(중앙대 컴퓨터공학 4년)

    안 회장의 경력을 보면 소니 임원들이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알 수 있다. 서울대 화공과를 나온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4년 대우전자 이사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 회장비서실 경영관리팀장, 삼호물산 사장, 효성그룹 종합조정실 부사장, 한국후지쯔 사장, 일본 후지쯔 경영집행역을 지냈다. 그가 2003년 후지쯔경영집행역을 맡았을 때 일본 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외국인이 내부 승진을 통해 대기업 경영집행역을 맡은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이다.

    요즘 소니 내부에선 한국 경계론을 외치는 소리가 거세다. "소니 역사상 최악의 의사 결정이 삼성과 공동으로 SLCD를 설립한 것이란 이야기를 할 정도입니다. 삼성과 공동으로 LCD 회사를 세우고 거기서 LCD를 공급받으면서 소니의 혼(魂)인 TV사업의 주도권을 잃고 삼성·LG에 이어 3위 업체로 전락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 기업의 강점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빠른 의사 결정"이라며 "오너 경영체제가 시대 상황과 잘 맞았다"고 말했다.

    "삼성 비서팀장을 처음 맡았을 때 주요 계열사 사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습니다. 보고가 끝나자 이 회장이 '비서팀장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더군요." 그는 생각 없이 "사장 말씀이 맞다"고 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사장과 생각이 같다면 비서팀장은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후 그는 삼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박만 해도 곤란합니다. 논리에서 밀리는데 말꼬리만 잡고 있으면 '당신은 진 것도 모르는가'라고 면박을 주고 토론을 정리합니다."

    안 회장은 "일본엔 2차대전 후 오너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기업이 없어 삼성식의 토론과 의사 결정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지금 필요한 것은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새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 반도체업체와 대만 반도체업체가 공동 연구를 하고 공동 생산을 합니다." 한국 반도체업체와 맞서기 위해 연맹을 맺은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기업은 일방적인 승리를 추구해 여기저기서 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존공영의 모델은 애플이었다. "애플은 아이폰을 설계합니다. 생산은 대만 기업이 중국에서 합니다. 또 수많은 개발자가 아이폰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매출의 70%를 가져갑니다."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진짜 강해졌을까요? 지난 몇년간 원화 가치는 달러당 900원에서 120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일본 엔화 가치는 30% 올랐습니다. 지금 해외에서 물건이 잘 팔린다고 만족해선 곤란합니다.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은 지금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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