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대전 동구청 본관 3층 기획감사실. 99㎡ 남짓한 공간에서 기획감사실장과 기획·예산·정책평가·정보화·감사 등 5개 파트에 속한 26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 중엔 감사 담당 직원 4명이 속해 있다. 이들은 책상 칸막이도 없이 다른 부서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원래 감사직(職)은 동구청의 타(他) 부서 업무를 감시·감독하는 독립적 역할을 하는 자리다. 그런데 동구청은 감사실장과 감사, 그리고 다른 부서 직원들이 같은 공간에서 뒤섞여 일하고 있다. '기획감사실장'이란 직위 자체가 감사 대상에 속하는 기획 파트와 감사 파트를 합쳐버린 것이다. 감사를 받을 대상이 감사직을 겸한 셈이어서 감사의 독립성을 아예 무시한 조직 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00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책정돼 호화 청사 논란을 빚었던 대전 동구청 신(新) 청사 공사는 지난달 14일 공사비 부족으로 전면 중단된 상태다. 동구청측은 현 청사 매각 계획이 차질을 빚고 경기 악화로 인해 세수가 줄어든 것이 문제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사전에 예산을 보다 긴축적으로 편성하도록 자체 감사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도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구청 뿐이 아니다. 작년 4월 감사원 조사결과 230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 가운데 전담 감사조직을 설치한 곳은 전체의 21.3%인 49곳에 불과했다. 감사 부서가 대부분 기획감사실 등에 소속돼 있고, 감사 책임자도 다른 업무와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감시견'의 역할을 해야 할 감사 업무 담당자들의 인사권을 지자체장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 책임자를 임용한 방식을 살펴보면 광역자치단체의 81.3%, 기초자치단체의 97.4%가 내부 인사발령을 통해 임명됐다.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의 한 감사 책임자는 "(감사 담당자가) 지자체장의 결재를 받는 상황에선 (지자체장이)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일을 한다고 해도 감사 부서에서 지적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감사 부서의 독립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인구 30만명 이상 지자체의 감사 책임자를 외부에서 공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감사에관한법률'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됐다. 임기는 최장 5년 이내에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감사 부서가 기관장이나 부기관장의 결재라인에 있는 구조인데다, 재임(再任)을 원할 경우 지자체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벌써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