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하 수급자)인 장모(44)씨는 부인, 세 자녀와 함께 서울에서 살면서 5인 가족 기준 기초생활보장급여(135만2116원)를 보장받는다. 이 금액에서, 장씨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70만원을 뺀 65만2116원을 매달 구청에서 지급받고 있다.
장씨는 전문대를 졸업했고 몸도 건강하다. 매달 20일씩 일용근로만 해도 최저임금은 충분히 벌어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일을 더 해봤자 정부의 지원금만 줄어들 뿐"이라며 구직(求職) 활동을 외면하고 있다. 힘들지 않은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70만원 정도를 벌면서 정부의 복지급여에 기댄 채 살고 있다.
전기기사 자격증을 가진 40대 후반 김모씨는 올 초 술만 취하면 주민센터를 찾아가 "일을 그만둘 테니 수급자로 등록해 달라"고 떼를 썼다. 부인과 자녀 1명을 부양하는 김씨의 월급은 120만원 정도. 3인 기준 최저생계비 111만919원을 조금 웃돌았다. 차라리 수급자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결국 김씨는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고 스스로 수급자가 됐다.
수급자가 되면 부양 가족 수에 따라 매달 42만원~156만원까지 현금이 지급된다. 여기에 출산·장례 보조금 각 50만원, 중고교생 자녀의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학용품비를 전액 지원받는다. TV수신료·상하수도기본요금·주민세·쓰레기종량제수수료·전화가입비 등도 면제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자동 지정돼 거의 모든 의료비가 공짜다.
힘들게 일해서 최저 생계비 수준의 돈을 버느니 수급자가 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스스로 근로를 포기하고 수급자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심지어는 일부러 소득을 숨기거나 낮춰 신고해서 수급자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정부는 전체 수급자 160여만명 중 20% 정도인 32만명은 일을 해서 충분히 수급자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초자치단체들이 수급자를 엄격히 구분하지 못하면서 누수 되는 세금이 상당하다"며 "이 때문에 수급자 바로 윗단계인 차상위 계층은 오히려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면서 수급자보다 더 궁핍한 삶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