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세일 찾아 삼만리 쇼핑가 '팸셀족' 뜬다

조선일보
  • 최보윤 기자
    입력 2010.07.19 03:06

    "90만원짜리 유명브랜드 옷… 난 3만원에 산다"
    자사 직원에 싸게 팔던 '패밀리 세일' 인터넷에 정보 돌면서 공개 행사로
    업체는 매출상승·재고정리 효과 커 "교환·환불·AS 안돼 충동구매 자제를"

    최보윤 기자
    "집에서 새벽 4시에 나와 5시쯤 도착했는데, 웬걸, 다들 밤을 새웠는지 제 앞에 거의 100여명이 줄 서 있는 거예요."

    "폴로(Polo) 폭탄 세일 한다기에 대구에서 전날부터 올라왔어요. 좋은 물건 먼저 싸게 고르려면 이 정도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죠."

    "패밀리 세일 할 때만 골라서 옷을 사요. 숙녀복 정장이나 와이셔츠 같은 건 별로 유행을 타지 않는데 제값 주고 사면 바보죠."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열린 폴로 패밀리 세일 현장. 양손에 큰 쇼핑백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그렇게 많이 살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소비자는 "90만원짜리 폴로 점퍼를 균일가 3만원에 사서 횡재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구매도 '전략'인 시대이다. 사야 할 목록을 정해서 꼼꼼히 비교하는 '알뜰족'의 시대에서, 한 술 더 떠 '70~90% 폭탄 세일'을 찾아다니는 '팸셀족(패밀리 세일을 찾는 사람들)'의 시대가 왔다.

    세일 정보 찾아 알뜰 구매하는 팸셀족

    얼마 전 찾은 서울 강남의 대형 특별 행사장. 주크·모조 에스핀 등 국내 인기 여성 브랜드를 보유한 대현의 패밀리 세일이 한창이었다. 2010년 봄·여름 신상품은 최대 60%, 2009년 겨울 제품은 70% 할인 중이었다. 매장 관계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전날보다는 손님이 줄었지만, 오전에만 200~300여명이 매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민지(22)씨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왔다"며 "지난겨울에도 왔는데 그때는 늦어서 물건을 많이 못 사 올해는 벼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패밀리 세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패밀리 세일은 원래 비공개이지만 최근 1~2년 사이 각종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너도나도 살 수 있는 '공개 행사'가 됐다. 입장할 때 대기표 받기 일쑤고, 계산할 때도 한 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보통이다. 그러나 '파격 할인'이라는 매력에 그 정도는 참는 사람이 많다. 단, 값이 싸다고 필요 없는 물건까지 살 수 있기 때문에 '필수품 목록' 외엔 사지 않는 게 좋다. 보통 '교환·환불·AS 불가'이므로 하자가 없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지난 17일 서울 가산 디지털단지 세계물산 본사에서 열린‘SG세계 물산’패밀리 세일 행사장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최대 70% 할인은 물론, 카디건 1만9000원 균일가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었다. /유지혜 인턴 기자
    단기간 매출 상승과 재고 정리의 '1석2조'

    패밀리 세일은 망한 브랜드의 재고를 헐값에 처분하는 '땡처리'와는 다르다. 폴로·캘빈 클라인·노스페이스·리바이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 국내 유명 숙녀·신사복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실시하고 있다. 관련 정보 사이트인 '패밀리 세일(www.famsale.com )'은 회원 수가 6만4000여명에 달한다.

    업체 입장에선 매출 신장과 재고 정리의 기회가 된다. 패밀리 세일 4~7일간 매출 5억~15억원가량을 올리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 펜디의 경우 며칠간 매출 10억원을 달성했고, 성주그룹의 MCM 역시 나흘간 1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최근 폴로를 수입하고 있는 두산측이 미국 본사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수차례 대폭적인 재고 정리에 나서며 패밀리 세일의 인기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백화점이 패밀리 세일을 유치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단기간에 매출을 목표의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고, 재고 정리도 되기 때문에 '1석2조'"라고 말했다.

    '친구 초대' 형식의 해외 인터넷 세일 사이트도 인기

    '폐쇄형 해외 폭탄 세일몰'도 최근 들어 30~40대 직장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폐쇄형 쇼핑몰은 이미 가입한 친구의 초대가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루엘랄라 닷컴(Ruelala.com )', '길트 닷컴(Gilt.com )', '오뜨룩 닷컴(HauteLook.com )' 등이 대표적이다. 샤넬·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는 물론 화장품·호텔·항공권 등 품목도 다양하다.

    '폐쇄형'이었지만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가 '모든 사람들을 위한 특권'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는 등 언론에 알려지면서 회원 수도 각각 200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이주희(30)씨는 "지난해에만 해도 이 사이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몇 달 사이에 주변에 모르는 친구들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사이트는 고객들에게 '쇼핑 지식 수준이 높다' '절약 정신이 있다'고 자신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팸셀족

    ‘패밀리 세일(Family sale)’을 찾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패밀리 세일’이란 여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나 유명 브랜드가 자사 사원이나 비즈니스 파트너만 초대해 비공개로 자사 제품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유통되면서 일반인들도 대거 참석하는 공개 세일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 기사 작성에는 유지혜 인턴기자(서울여대 4학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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