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기성면 울진공항 공항 터미널. 며칠 뒤 예정된 '울진 비행교육훈련원 개원 및 울진 비행장 개장식'을 앞두고 작업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승객이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신축터미널을 비행 실습생들의 교육장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1층과 2층 로비에는 칸막이를 세워 강의실을 만들고, 1층 로비 한쪽에는 비행 시뮬레이션 장비가 자리를 잡았다. 1200억원 넘게 쏟아부어 150인승 보잉 737급 중형항공기용으로 닦아놓은 1.8㎞ 규모의 활주로는 훈련용 2인승 경비행기 30대의 이착륙 장소로 전락했다. '지역 발전'이라는 지자체 민원과 '지역 배려'라는 중앙정치의 논리에 밀려 승객 수요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탄생한 중형공항이 결국 국민들의 세금 낭비로 끝난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치바람을 타지 않고 처음부터 경비행기 연습시설로 지었다면 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양양공항은 지자체들의 비협조와 무관심 속에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가는 사례다. 3700억원을 들여 지난 2002년 4월 개장한 양양공항은 승객수요가 없어서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는 아예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었다. 이후 중국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 경비행기 등을 유치해 재활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주변 지자체들의 싸늘한 시선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양양공항은 인근 도시인 강릉속초가 30~50㎞나 떨어져 있어서 공항과 대중교통이 잘 연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항 개장 이후 8년간 양양공항에는 시외버스 노선이 단 한 차례도 개설된 적이 없다. 공항측에서 강릉시와 속초시에 셔틀버스 운행을 요청했지만, 공항이 관할지역이 아닌 양양군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강릉에서 공항으로 올라오는 도로에 공항 위치를 안내하는 표지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일 개장한 울진비행장에 훈련용 경비행기 2대가 이륙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원래 울진비행장은 1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중형 공항으로 만들어졌으나 여객 수요가 없어 조종사 비행훈련장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당초 울진공항에 취항할 예정이었던 중형 항공기.

2010년과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강원도는 인근 양양공항의 존재를 홍보하지 않았다. 그러자 지난해 올림픽 유치 실사를 위해 강원도를 방문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교통평가관이 우연히 양양공항의 존재를 알고 "왜 이 정도 규모의 공항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껏 한 번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