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외환(外患)’으로 금융시장이 ‘조마조마’하던 차에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라는 ‘내우(內憂)’까지 겹쳤다. 조사결과 자체는 당초 예상했던 내용이었지만, ‘북한의 어뢰공격’이 공식화됐다는 것 자체가 지니는 무게감이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물 자산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척도 중 하나인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20일 전일보다 0.3%포인트 급등한 1.46%를 기록했다. 그 다음날 1.43%로 소폭 내려오기는 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각인되고 있음을 잘 보여줬다.

정부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천암함 발표 이후 관계기관 합동 대책반’을 꾸리고 사태에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1급·주요보직 국장 이상 간부들을 모아 긴급점검회의를 열었다.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는 밝혔지만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정부 긴급대처, 금융시장 불안 잠재울 수 있을까

관건은 24일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유로화 반등 등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하락 도미노’는 일단 멈춘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우리 금융시장에도 그대로 전해질지에는 물음표를 달 수 밖에 없다. CDS프리미엄이 여전히 1.40%대에 머물고 있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1개월물)은 1209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현물환 종가보다 14.90원 높은 수준이다.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후 높아진 ‘코리아 리스크’가 일정부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정부는 23일 관계기관 합동대책반 회의를 열고 국내외 불안요인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도 같은 날 회의를 열고 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또 25일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을 뉴욕으로 파견해, 주요 신용평가사들을 대상으로 ‘천안함 사건으로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훼손될 요인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로 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 러시와 그로인한 환율 급등 현상을 얼마나 잠재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체감경지 지표ㆍ롯데쇼핑 GS마트 인수심사 결과 발표 등 주목

이밖에 국내 경기회복세가 얼마나 지속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오는 26일과 28일 한국은행에서는 소비자동향조사(CSI)와 기업경기조사(BSI)가 발표된다.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27일 발표되는 1분기 가계신용동향도 가계부채의 최근 흐름을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26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되는 물가연동국채 발행 방안이 관심사다. 지난 2008년 이후 2년만에 발행이 재개되는 데, 시장에서는 대체로 1조5000억원과 2조원 사이에서 연간 발행량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할 롯데쇼핑의 GS마트 인수에 대한 심사결과 발표도 주요 이슈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 심사에서 일반적인 전국 시장점유율 뿐만 아니라. 지역별 시장점유율도 심사결과에 반영할 계획이어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심사 결과에 따라서는 유통업계의 인수합병(M&A) 추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