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천안함 침몰 주범으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환율은 1달러 당 29원이나 올랐고 코스피지수는 2% 가까이 폭락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데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여전히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달러당 1169.5원에서 양호하게 출발했다. 시장에서도 천안함 사태 원인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북한 리스크에 대해 내성이 생긴 터라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발표 후 북한이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사태가 악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은 급등했다. 오후 들어선 역외세력이 적극적으로 달러매수에 나서면서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달러당 1190원을 넘기면서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외환시장 참가자는 "천안함 관련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면서 달러매수가 활발히 일어났고 환율도 순식간에 1190원대로 급등했다"고 말했다.

증시도 불안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9포인트 내린 1600.18로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은 386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대거 빠져나갔다. 외국인들이 빠져 나가면서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갑작스런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한다. 한국정부가 북한과 정면대결을 피하고 유엔 안보리 회부 등 국제적 해결 방법을 모색할 경우 한반도 리스크는 통제될 수 있는 변수로 투자자들에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무디스도 이날 신용등급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톰 번 무디스 부사장은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렸을 때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미 고려했다"며 "한국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이 튼튼하고 정부가 유엔과 6자회담 등 다자기구를 활용하면 한반도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남유럽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한반도 리스크에 대한 걱정을 덜게 하는 부분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북한 변수 때문에 가중되기는 했지만 북한 변수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일본 등 인접국의 증시도 하락한 것을 보면 남유럽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남북한 상황이 대결 국면으로 가거나 더욱 악화한다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겠지만 정부가 정면대결을 피한다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원인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며 "좀 더 추이를 보아가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