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마트폰 도청 위험" 청와대 지급 보류

입력 2010.05.20 03:03 | 수정 2010.05.20 10:46

최경환 지경부 장관 시연회서 확인… 통화 안할 때도 주변 대화 엿들어
국내 200만대 이상 보급… 해킹 방지 비상

지난 4월 5일 경기도 과천 지식경제부 6층 대회의실. 최경환 장관을 비롯한 국장급 이상 간부 전원과 정보통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급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폰(PC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 도청 시연회가 열렸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에서 나온 한 보안 전문가가 최 장관에게 스마트폰 한 대를 건넨 후 자신의 노트북PC를 꺼냈다.

이 보안 전문가는 최 장관에게 이메일을 전송했고, 최 장관은 스마트폰에 전송된 이메일을 클릭해 열람했다. 이 이메일은 평범한 문서처럼 보였지만 최 장관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트폰에 도청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후 최 장관이 스마트폰으로 한 국장과 전화 통화를 하자, 전화 통화 내용이 그대로 해커역할을 했던 보안 전문가의 노트북PC를 통해 고스란히 흘러나왔다.

뿐만 아니다. 최 장관이 통화를 마친 뒤 스마트폰의 잠금장치를 눌러 대기 상태로 전환했지만 도청은 계속됐다. 최 장관이 스마트폰을 대기 상태로 두고 2~3분간 주변 사람과 나눈 대화가 보안 전문가의 노트북으로 전달돼 흘러나왔다. 대기 상태에 있는 스마트폰이 최 장관을 비롯해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엿듣는 마이크 역할을 한 것이다. 한 참석자는 "노트북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도청을 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200만대 이상 보급된 스마트폰이 쉽게 도청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부 기관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PC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이 해킹에 취약하다는 지적은 많았지만 해킹에 이어 도청까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의 도청 문제는 지경부 시연회 다음날인 4월 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이 자리에서 일부 장관급 국무위원들이 스마트폰과 트위터(twitter·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140자 이내의 단문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정책홍보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최 장관이 "스마트폰이 해킹과 도청에 취약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책임 있는 정부(관계자)가 사용하기에 위험할 수 있으니 스마트폰 사용을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후 스마트폰 지급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번 지경부 시연회에서 보듯이 아이폰·옴니아폰·안드로이드폰 등 국내에 시판되는 스마트폰들도 마찬가지로 해킹과 도청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노트북PC 역시 국내 보안업계의 자체 실험 결과 해킹에 의한 도청이 가능한 것으로 판명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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