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하나로 유방암 진단하고 '나노우주선'이 암세포 추적

조선일보
  • 조호진 기자
    입력 2010.05.11 03:00

    한국인 과학자들 잇단 쾌거… 유방암 진단 비용·시간 10분의 1로 대폭 줄여
    세포에 붙는 나노우주선, 암세포만 관찰·치료 가능

    암은 여전히 의학계의 난제다.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할수록 완치율이 높다. 적확하게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유방암, 임파선암이라도 그 안에서 또 분류가 나눠진다. 따라서 의료진은 해당 암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

    최근 한국인 과학자들이 이런 숙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았다. 나노 과학과 의학을 접목해 적어도 실험실 하나는 필요한 검사 시설을 칩 하나에 집약시켜 놓은 것. 이에 따라 정확하면서도 비용과 소요 시간이 대폭 줄어든 암 진단 방식이 실현될 전망이다.

    유방암의 종류를 알려주는 검진 비용 수십분의 일로 줄어

    국내에서만 한 해에 1만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가 생긴다. 더욱이 유방암 환자 숫자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지난 1996년 3800명 수준이었던 유방암 환자가 2008년에는 1만4000여명까지 늘었다.

    유방암은 치료가 쉽지 않다. 같은 유방암이라도 종류가 4가지나 있다. 최대한 종류에 맞는 치료를 해야 부작용이 적게 생긴다. 하지만 유방암의 종류를 알아내려면 기존에는 70만원의 비용에, 분석 시간만 16시간이 들었다. 유방암의 종류를 알아내려고 조직을 4번 떼어내야 하고, 분석 시간에는 각각 4시간이 소요됐다.

    (사진 왼쪽부터)박제균 교수·이은숙 교수·이평세 교수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제균 교수, 김민석 박사, 고려대 의대 이은숙 교수팀은 기존 진단 방식의 비용을 4만~5만원으로, 분석 시간은 10분의 1로 줄이는 새로운 유방암 종류 진단 기법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50종류나 되는 임파선암의 구별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관련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인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지에 지난 3일 발표했다.

    박제균 교수팀이 비용과 분석 시간을 줄인 유방암 진단을 개발한 배경에는 '랩온어칩(Lab-on-a-chip)'이라는 첨단 과학이 자리 잡고 있다.

    통상 암 진단에는 실험실 규모의 진단 설비가 필요하다. 이런 실험실(lab) 규모의 설비를 칩(chip) 하나에 축약한 장치가 랩온어칩이다.

    암 진단에서 랩온어칩을 구현하기 위해 박제균 교수팀은 미세유체기술(microfluids)을 활용했다. 미세유체기술은 수백㎚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액체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미세유체기술을 활용하면 극소량의 핏방울이나 세포조직을 칩 내의 미세 검진장치로 자유자재로 보낼 수 있다. 결국 실험실 크기의 검진 시설 대신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칩 하나만 사용해도 검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진 왼쪽)UC 버클리의 이평세 교수팀이 개발한 나노 우주선의 개념도. 노란 상단의 나노 우주선이 세포에 달라붙으면 빛을 발산해 세포의 건강 정보를 외부로 알려 준다. (사진 오른쪽) KAIST 박제균 교수팀이 칩 하나로 유방암의 종류를 판별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연구진이 개발한 칩을 확대한 모습. 상단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전구들은 칩이 어떤 단계의 검진을 진행 중인지를 보여준다. 왼쪽, 오른쪽의 유리관들은 액체를 흘려 핏방울과 조직을 필요한 지점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UC 버클리·KAIST 제공
    연구진은 유방암 환자 115명의 실제 암 조직을 대상으로 새로 개발한 암 진단 방식을 실시한 결과 98%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박제균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랩온어칩으로 유방암 환자에게 적합한 개인별 맞춤 치료가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졌다"며 "유방암, 임파선암 등의 치료에 불필요한 조치가 줄어 환자들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포에 착륙하는 나노 우주선으로 암 진단

    암 진단을 개선하는 또 다른 연구도 최근 발표됐다. 인체의 증상 대신, 신진 대사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직접 관찰해 암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 경우 세포 단위의 치료도 가능해져 정상 세포를 죽이지 않고도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버클리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생명공학과의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 이평세(미국명 Lee, Luke) 교수는 세포에 달라붙어 암 발생 여부 등 세포의 건강 상태를 외부로 알려 줄 수 있는 나노우주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관련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지난 2월 발표했다.

    이평세 교수팀이 개발한 구(球) 형태의 나노우주선은 상, 하 두 부분으로 나뉜다. 고분자 화합물로 만들어진 아랫부분은 세포에 붙을 수 있는 물질을 달고 있다. 윗부분은 금으로 되어 있다. 금 입자는 세포 분자의 건강 상태를 외부에 미세한 빛으로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

    나노우주선은 세포에 착륙하면 세포 분자의 운동 상태 등 건강 상태를 파악한다. 건강한 세포와 암세포의 운동 상태는 다르므로 나노우주선의 금으로 만든 상단부가 발산하는 빛의 종류도 달라진다.

    이평세 교수는 "빛의 종류를 분석하면 세포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며 "나노우주선은 암의 발병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에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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