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해부]마천·거여..4년째 겉도는 강남 뉴타운

입력 2010.05.10 14:17

지난 2002년 이후 부동산 시장의 최대 투자처이자 내집마련 수단으로 떠오른 서울 뉴타운 지역. 그러나 뉴타운이라고 해서 무조건 투자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에 조선비즈닷컴은 독자들에게 투자 판단의 지침서가 될 수 있는 ‘뉴타운 입체 분석’ 시리즈를 매주 월·수·금요일에 총 10회에 걸쳐 집중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주]

“보일러가 고장나도 언제 철거할지 모르니 고칠 수가 있어야죠. 뉴타운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게 몇 년 전인데 도대체 언제 사업을 시작할 지….”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는 함숨부터 쉬었다. 대지 90여㎡ 짜리 단독주택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그는 “요즘엔 집값이 더 떨어질 지 모른다는 소식까지 들려와 답답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빼곡히 늘어선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 주변도 썰렁했다. 오후 내내 손님이 들어있는 업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전세나 월세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는 공인중개사도 있었다. 대부분 빈집으로 남겨진 마천동과 거여동 사이 판자촌은 인적마저 드물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다.

지난 2005년 12월 서울시로부터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됐던 송파구 거여·마천 뉴타운 사업이 4년째 겉돌고 있다. 지구 지정 당시 서울 강남 최초의 뉴타운이란 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가운데 일부 구역에서는 조합 내분까지 겹치며 홍역을 앓고 있다. 도대체 거여·마천 뉴타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조합 내분에 소송까지 겹쳐 4년 넘게 착공 못해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 73만8426㎡(22만3765평)에 조성되는 거여·마천뉴타운은 지난 2005년 12월 서울시로부터 3차 뉴타운으로 지구 지정을 받았다. 이 지구는 강남권에서는 처음 지정된 데다, 주변에 위례신도시가 붙어있고 입지여건이 뛰어나 2008년 8월 확정된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르면 이 곳에는 2016년까지 인구 3만1202명, 주택 1만1345가구를 수용할 예정이다. 개발은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이뤄진다. 거여 2-1·2-2구역, 마천 1~4구역 등이다.

그러나, 지구 지정이후 4년이 넘는 현재까지 전체 6개 구역 중 단 한 곳도 아파트 개발이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6개 구역 중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거여 2-2구역. 이 곳은 2008년 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며, 지하 4층~지상 33층 짜리 아파트 12개동 1045가구를 건설할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합 내부 분쟁이 발생해 사업이 난관에 부닥친 상황이다. 2-2구역은 모 조합 임원이 시공사인 대림산업으로부터 억 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조합과 시공사간 유착 관계가 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비대위측은 “직업도 없던 한 조합 임원이 갑자기 뉴타운 예정지에 2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사들였다”며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나왔는 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합 관계자는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합 사무실을 지하철역 근처로 옮기면서 조합원 사이에서는 “왜 굳이 임대료가 비싼 지역으로 이사해 공금을 축내느냐”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2-2구역은 사업 진행이 빠른 편이었는데 조합 내 분쟁이 늘어나면서 자꾸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여 2-1구역은 조합설립인가 무효 소송도 진행 중이다. 조합측은 “소송에 휘말리면서 사업에 진척이 없다”며 “소송이 빨리 끝나기만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 지정도 안된 마천 1~4구역

거여 구역과 달리 마천 1~4구역은 촉진구역 지정부터 지연되고 있다. 이 구역은 현재 존치정비 및 존치관리지역으로 묶여 있다. 문제는 촉진구역으로 바뀌어야 뉴타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추진위원회측은 “사업 진척이 없어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촉진구역 지정이 안되고 있는 걸까. 이유는 건물 노후도 기준 때문이다. 작년 8월 국토해양부는 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위해 뉴타운 지역의 건물 노후도 기준을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의해 완화하도록 했다. 예컨대, 서울에서는 그동안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려면 노후·불량한 건축물 비율이 대상지 전체 주택의 60%가 돼야 가능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조례를 바꾸면 48%만 돼도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마천 구역은 당장 재정비 촉진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아직까지 조례를 개정하지 않아 촉진구역 지정이 늦어지고 있다.

마천2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업 시행이 자꾸 미뤄지면서 지분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대출 이자 문제로 발을 동동 구르고, 기존 주민들은 집수리도 못한다며 난리”라고 말했다. 마천3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도 “이미 5년이나 기다린 상태라 ‘죽기 전에 새 집에 들어가겠냐’고 한탄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조례를 완화하면 서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재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마천동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거여·마천 뉴타운은 활발한 투자시기가 지났고, 손바뀜도 거의 끝나 사업 진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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