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장난감 선호 태어날 때 결정돼"

조선일보
  • 이영완 기자
    입력 2010.01.12 06:02

    남자아이는 장난감車 갖고 놀고, 여자아이는 인형 갖고 놀고…
    美연구진 실험 결과 내놔 "후천적 사회화 효과 아닌 출생 전후 호르몬이 좌우"
    길찾기 등 공간 인식도 차이

    남자아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좋아하고 여자아이는 인형에 끌린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일부에서는 남성 중심적 사회가 만들어낸 후천적 성(性) 차별의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장난감 선호에서 나타나는 성 차이는 사회화와 상관없는 생물학적 차이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과연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일까.

    원숭이도 수컷은 자동차 좋아해

    여러 연구에 따르면 만 세 살 무렵까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놀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남자아이는 공이나 자동차, 조립형 장난감을 여자아이보다 더 좋아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사회적 압력 탓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성 차별 의식을 없애기 위해서는 남자아이도 인형을 갖고 놀게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만약 장난감의 성 차이가 사회화 때문이라면 다른 동물에서는 그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원숭이도 같은 현상을 보였다.

    2008년 미국 여키시 국립영장류연구센터는 '호르몬과 행동'지에 붉은털원숭이 수컷 11마리와 암컷 23마리를 대상으로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더 오래 노는지 관찰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린 수컷은 덤프트럭처럼 바퀴가 달린 장난감을 천으로 만든 인형보다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어린 암컷은 둘 다 가지고 놀았다. 영장류연구센터의 킴 월렌(Wallen) 박사는 "원숭이는 광고의 대상도 아니고 부모가 특정 장난감을 골라주지도 않으며, 수컷이 인형을 갖고 논다고 따돌림을 당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장난감의 성 차이는 사회화와 무관한 생물학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텍사스A&M대 연구진 역시 앞서 2002년 붉은털원숭이보다 인간과 거리가 더 먼 긴꼬리원숭이에서도 같은 현상을 확인했다.

    완구매장에 가면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여자아이는 인형을 고른다. 최근 과학자들은 장난감 선호의 성 차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받은 성호르몬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현대백화점 제공

    남성호르몬이 장난감 선호 차의 원인

    장난감 선호의 성 차이가 생물학적 현상이라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텍사스A&M대 심리학과의 게리앤 알렉산더(Alexander) 교수는 호르몬에 주목했다.

    알렉산더 교수는 지난해 11월 '호르몬과 행동'지에 생후 3~4개월의 남자아이 21명과 여자아이 20명에게 다양한 장난감을 보여주며 어떤 장난감에 눈길이 더 가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동시에 아이들의 성호르몬 수치와 손가락 길이도 측정했다. 자궁에서 남성호르몬에 더 많이 노출되면 약지가 더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손가락 길이 차이는 출생 전 호르몬 수치를 보여준다.

    분석 결과 자궁에서 남성호르몬에 더 많이 노출된 남자아이는 남성형 장난감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여자아이에서는 출생 전후 호르몬 차이가 장난감 선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알렉산더 교수는 "좀 더 많은 수의 아이들에서 호르몬의 영향이 확인되면 출생 전후 환경호르몬에 의해 행동이나 성 정체성이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 찾기에서 나타나는 성 차이와 유사

    장난감 선호처럼 인지 과정의 성 차이는 길 찾기와 시각 정보 처리에서도 나타난다. 동물실험에서 암컷은 길을 찾을 때 표지가 될만한 사물과 공간형태 모두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수컷은 공간 형태만 보고 길을 찾았다.

    흥미롭게도 이 역시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다. 태어나자마자 거세해 남성호르몬이 결핍된 어린 수컷은 암컷처럼 표지와 공간형태 모두에 주의를 기울였다. 반대로 생후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을 주입한 어린 암컷은 수컷처럼 공간형태에 더 집중했다.

    시각 처리에서는 남성적인 사물과 여성적인 사물, 중립적인 사물을 보여주면 여자아이는 세 가지 정보를 모두 처리하지만, 남자아이는 남성적인 사물의 정보에만 집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키시 국립영장류연구센터 연구진은 장난감 선호도 마찬가지로 설명했다. 즉 수컷은 장난감 선택에서 특정 정보만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듀크대 심리학 및 신경과학과의 크리스티나 윌리엄스(Williams) 교수는 "수컷에게 바퀴가 달린 자동차는 주의를 집중하게 하고 그 정보는 다른 사물에서 오는 정보를 가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암컷에서는 이처럼 특정 정보를 차단하는 과정이 없어 모든 장난감에 똑같이 흥미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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