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살다 보면 늘 화가 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아니라 심한 고통을 느낄 정도의 통증이 다가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예를 들어 TV를 옮기다가 잘못해서 TV를 떨어뜨려 발등을 찍었다. 무지하게 아프다. 그러면 점잖게 인내심으로 참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랑곳 없이 막무가내로 소리를 치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야단법석을 피우는 것은 어떨까?
인내가 미덕만은 아니다
사람이 심한 통증을 느낄 때 무심결에 욕설이나 저주하는 말을 내뱉으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참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내(忍耐)가 미덕만은 아닌 셈이다.
영국 BBC 방송의 보도다. 아플 때 욕을 하는 것은 고통을 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인용한 이 방송은 "만약에 심한 통증을 느낄 경우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큰 소리를 욕설을 내뱉거나 저주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고통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영국 킬(Keele) 대학 심리학교실 연구팀이 진행했다. 이 연구팀을 이끈 학자는 리처드 스티븐(Richard Stephens) 교수다. 그는 정원에서 조그마한 창고를 짓다가 실수로 망치로 엄지손가락을 때려 피멍이 났다.
엄청난 고통에 시달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심리학 교수인 그는 다시 냉정하게 자신을 뒤돌아 보았다. 막무가내로 튀어나오는 욕설과 고통해소와의 관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구에 착수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통증을 느꼈을 때 이에 대한 반응으로 무심코 던진 저주의 말(cursed)을 내뱉는 사람이 꼭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보다 통증을 약 50% 더 오래 참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 다시 말해서 욕을 퍼부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통증을 견디는 힘이 강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처음에 저주의 말을 퍼붓는 것이 오히려 참을성을 낮추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연구팀은 통증을 둘러싸고 재학생들의 분석한 후 욕설이 실제로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망치로 엄지손가락을 때린 후 연구에 착수
연구팀은 먼저 욕설이 통증을 참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부 학생 64명에게 굉장히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게 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욕설을 되풀이하면서 어떤 사람들이 오래 참는 지에 대한 실험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애초 예상과는 달리 실험대상자들이 마음대로 욕설을 되풀이할 때 차가운 물 속에서 더 오래 참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 가운데 마음대로 욕설을 한 학생들은 평균 손에 밀려오는 차가운 통증을 2분간이나 참았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욕설을 참도록 한 학생들은 평균 1분 15초밖에 견디지 못했다.
연구팀은 외부의 전투에 대한 반응본능, 다시 말해서 욕설을 자극하면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부의 반응에 대해 욕설이라는 도전이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욕설을 하면 심장박동 증가”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욕설을 되풀이할 때 심장박동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심장박동이 증가하면 외부 물체를 공격할 때 나타나는 부상(負傷)의 위험을 무시하게 해준다. 다시 말해서 통증을 더 잘 참게 하는 투쟁에 대한 반응이다.
스티븐 박사는 “욕설이 감정과 육체 모두의 반응을 유발하는 게 분명하다”면서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욕설을 할 때 심장박동 증가가 수반된다”고 말했다. 욕설에 따른 공격성이 통증을 더 잘 참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티븐 박사는 “그러나 욕설이 효과를 보려면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할 때 해야 한다”며 “분위기를 깨는 욕설은 이 연구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욕은 감정적인 언어이지만 남용하면 오히려 효과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욕설의 긍정적인 효과가 입증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욕설은 인내심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가려 가면서 해야 된다는 내용이다.
맨날 욕하는 것이 생활화 된 욕쟁이한테는 욕이 통증이든, 스트레스든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욕, 참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되 정도껏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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