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일본 高품질과 중국 低價에 밀려… 김치 종주국의 '굴욕'

조선일보
  • 허윤희 기자
    입력 2008.11.15 03:21 | 수정 2008.11.15 13:17

    日 소비자, 안전성 등 염려해 한국산 꺼려
    국내 시장의 중국산 물량은 갈수록 늘어나
    "전통의 맛 살리면서 나라별 차별화 시도를"

    우리 김치가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는 사이 중국 김치에 안방을 내주면서 김치 무역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10일 보도

    "며칠 전 일본 거래처에서 통보를 받았어요. 김치 가격을 확 낮추지 않으면 당장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15일까지 답을 보내야 하는데 걱정이 돼 밤에 잠이 안 옵니다." 김치 수출업체인 웅천농협진해식품 정경수 공장장은 "요즘 김치업계는 거의 울면서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공장은 400g 기준에 160엔에 수출하고 있는데 무조건 145엔으로 낮추라는 겁니다. 한국산 중에 100~110엔 정도인 곳도 있는데 왜 너희 김치는 이렇게 비싸냐고 따지는 거죠." 그는 "한국 업체들 중에서도 사실상 고춧가루나 마늘 같은 원료는 중국산을 사용한 '무늬만 한국산' 김치가 많다"며 "싼 김치가 범람하니까 가격 경쟁이 안 된다"고 했다. 최근 3년 사이 이 공장의 김치 수출액은 3분의 1로 줄었다.

    진퇴양난 한국 김치

    10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무역정보(KATI)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9010만달러(17만5995t)어치 김치를 수입하고 6116만달러(1만9350t)어치를 수출, 2894만달러(약 376억원)의 적자를 봤다. 작년 같은 기간(1733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67%나 늘어난 것이다.

    김치 무역이 적자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2005년 11월 터진 '기생충 알 파동'의 영향으로 2006년 처음 1763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거의 두 배인 3553만달러로 뛰었다.

    지난 2006년 일본 마이니치TV 제작팀이 '한국 김치'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강원도 횡성 '종가집'김치공장을 방문, 김치 제조 공정을 촬영하고 있다. / 조선일보 DB

    왜 적자가 늘어날까. 중국산 김치의 수입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국산 김치의 일본 수출은 정체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수입 김치의 99%를 차지하는 중국산은 9월까지 금액 및 물량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7.0%, 22.6% 늘었다. 반면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일본 시장에서 국산 김치는 2005년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일본 수출량은 1만717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7% 줄었다.

    일본에서 왜 고전하나

    농수산물유통공사 우수동 차장은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김치가 일본산과 비교해 경쟁력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꼽았다. "일본산은 자국 시장에서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는데다 자국산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고 김치 맛도 철저히 현지화돼 있다"는 것이다.

    대상FNF 한국식 신선연구소 이진혁 팀장은 "일본은 2005년 기생충 알 파동 이후 자국산 외에는 불신하는 경향이 남아있다"고 했다. 농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가 펴낸 '해외 소비자가 본 한국 농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7월 일본 소비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일본·중국산 김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안전성·위생 측면에서 한국 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 비율은 38.5%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산은 64.4%를 기록해 훨씬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 상태'와 '품질 신뢰성'에서도 한국산(39.4%, 43.3%)은 일본산(55.8%, 56.7%)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의 식품업체가 한국 김치 생산에 뛰어들어 순수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은 탓도 있다. 김치수출협의회 김외숙 회장은 "일본 업체가 직접 한국 내에 생산기지를 갖추는 식으로 김치시장에 참여하면서 수출 단가를 확 낮춰버렸기 때문에 한국 독자 브랜드를 사용하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쟁력 높이려면

    한국 김치가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도 지키고 경쟁력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수동 차장은 "해외에서 김치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국산 김치 경쟁력도 덩달아 올라간다"며 "김치 수출업체는 주로 중소업체들인데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한국 김치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홍보는 부정적 기억만 되살릴 수 있는 만큼 엄격한 품질 관리, 생산 과정에 대한 견학, 정확한 성분·생산 이력 표기 등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외숙 회장은 "일본에서도 한국 김치가 본고장 김치라는 가치는 인정한다"며 "우리 김치 전통의 맛을 살리면서 그들 입맛에 맞게 공략하는 것이 '김치의 세계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명목으로 일본산처럼 단순 절임 김치를 내놓을 게 아니라 신맛의 숙성김치를 늘려 한국 김치 본래의 맛으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한식세계화연구단의 한귀정 연구관은 "토마토 케첩과 김치를 조합한 소스를 만드는 등 김치를 응용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면 한국 김치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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