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사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제시한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 주택) 방안에 대해 토지공사 연구소가 이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토지 임대부 주택은 토지는 임대료를 내고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이다. 토공 산하 국토도시연구원은 ‘주택 공영개발의 이론적·경험적 검토’ 등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막대한 재정부담 ▲기존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 ▲전세보다 불리한 제도라는 이유를 들어 이 제도를 비판했다.

◆재정부담 얼마나 드나=주공과 홍 의원은 토지 임대료를 전세 보증금으로 받을 경우, 재정 부담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토도시연구원은 판교 신도시(280만평) 전체를 토지임대부로 공급할 경우, 약 8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향후 10년간 개발 예정인 1억3000만평의 공공택지를 전부 이 방식으로 할 경우, 매년 104조원, 10년간 104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주택도시연구원 박헌주 원장은 "국민임대주택기금 등을 활용하면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을 200%에서 400%로 올리면 땅값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토지 월세 30만원 대(對) 월 100만원=홍 의원은 수도권에서 30평형대 아파트의 토지임대료는 월 30만원대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토도시연구원이 판교신도시 33평형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월 30만원 아니라 109만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토지 임대료(76만9833원)와 건물 감가상각비용(건물 노후화에 따른 비용·29만1667원), 건물분 재산세(연 43만7500원)가 포함된 비용이다. 국토도시연구원 조영태 책임연구원은 "월세 부담을 30만원대로 낮추려면 결국 다른 국민이 세금(재정)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권영준 소장은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국민의 인식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누가 그 집을 사서 들어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집값 안정시키나, 급등시키나=주공은 반값 아파트로 집값 안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도시연구원은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집값(1997~2005년)이 84% 올라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미국(79%)보다 가격이 더 올랐다고 밝혔다. 조영태 연구원은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는 현실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결국 일반 아파트 공급을 줄여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기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 등 중소형은 이미 반값 공급=토지 임대부 분양 등 반값아파트가 아니더라도 판교신도시·성남 도촌지구 등 공공택지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거의 시세 절반에 분양됐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수도권 택지의 경우, 공공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굳이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시세의 60~70%에 공급되고 있다"며 "공급 물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토공 관계자는 "연구소 입장은 토공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며 "내년 초에 분양가(토지비)를 낮출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