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한국 노동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국경을 허물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비용절감 등을 위해 해외로까지 인력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카메라 전문 포털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 직원인 조미선(趙美仙·여·20)씨는 회사 웹사이트를 관리한다. 그러나 그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본사에 가본 적이 없다. 그녀는 조선족이다. 사는 곳은 중국 베이징 차오양어우(朝陽區) 야윈춘(亞運村), 사무실은 공항 근처로 호텔·사무실이 많아 중국의 역삼동으로 불리는 차오양어우 순위안제(順源街)다. 조씨는 1200위안(약 20만원)의 월급을 받고 인터넷으로 한국에 있는 회사 사이트 게시판을 관리한다.

디시인사이드는 작년 12월 중국 베이징에 사무실을 마련해 웹사이트 관리 업무 일부를 넘겼다. 김유식 사장은 “임금을 포함, 조선족 사원 5명이 일하는 사무실의 운영 비용이 한 달 200만원 정도”라며 “한국이라면 1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본사와의 의사소통은 인터넷 대화 프로그램과 이메일을 이용한다. 회사는 중국 직원의 생산성이 초기에는 한국 직원의 50% 정도였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난 현재 80%까지 올라갔다.

피커폰(www.pickupphone.co.kr)은 택시 무료 통역서비스,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외국어 교육 서비스를 하는 업체. 이 회사도 전화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원어민 강사 265명 중 15명이 필리핀에 거주한다. 이들은 통화료가 싼 인터넷 전화(VoIP)를 이용, 국내 강의를 맡고 있다. 전화로는 서양인인지, 필리핀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기획홍보실 이동호 과장은 "국내에서 원어민 강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필리핀 현지인까지 채용했다"면서 "필리핀 강사에게 지급하는 돈은 국내에 거주하는 강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피커폰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인력 파견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들로부터 필리핀 강사들을 공급받았다. 이동호 과장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동남아 등지에 콜센터를 만들 움직임을 보이자, 해외에서 이런 식으로 인력 파견회사를 운영하는 한국인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전화 솔루션 업체인 시스윌도 2분기부터 인터넷폰을 이용한 중국어 학습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서재호 팀장은 “전화료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간에 인터넷망 사용료가 없기 때문에 서울과 베이징의 시내전화 요금만 부담하면 된다.

심지어 대기업들도 인터넷을 이용해 해외로 업무를 아웃소싱하고 있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지난해 “2~3년 안에 조선족이 많이 사는 중국 선양(瀋陽)에 콜센터를 만들어 10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4시간 전 세계 서비스를 위해 5년 전부터 서울 이외에 아일랜드에서도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기반 시설이 세계 최고라는 한국에서 IT 기술을 활용한 해외인력 활용은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늦다는 평가다. 최근 서구 기업들은 콜센터 등을 인도와 중국 등으로 활발하게 옮기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구정민 수석연구원은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고용환경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