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劉常夫) 포스코 회장이 98년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김홍걸·최규선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창업자나 다름없는 박태준(朴泰俊) 전 총리마저 '책임 추궁'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총리는 DJ 정부 출범 이후 유 회장을 포스코
회장으로 천거한 가장 큰 후원자였다.
하지만 박 전 총리는 17일 인천공항에서 "내가 25년 동안 재직하며
외압·청탁을 단절하느라 병이 다 들었는데 창업자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경영진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리의 이런 비판에 포스코측은 매우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포스코 대변인인 윤석만 전무는 "박 전 총리가 창업자로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을 해외에서 언론보도로만
접했기 때문에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고 하신 말씀은 아닐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포스코 주변에서는 박 전 총리가 평소 유 회장에 대해 가졌던 '불편한
심정'을 이번에 표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박 전 총리는
"(회장으로) 임명되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있으면 의논을 해야지,
(회장을) 시키고 난 뒤 한 달이 지나니까 내 말을 듣지 않더라"며
'묵은 감정'의 일단을 표시했다.
유 회장은 취임 이후 공기업 최초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투명
경영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심지어 권력실세 K씨의 각종
청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한때 조기 경질설이 나돈 적도 있다. 따라서
이번 '최규선 게이트' 연루 의혹은 유 회장의 '깨끗한 경영인'
이미지에 큰 타격을 가한 셈이다.
철강업계의 한 원로는 "포스코 경영진은 박 전 총리의 비판을 책임
추궁이라기보다는 '투명경영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라'는 충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