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시장이 어지러운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투자를 해야하죠. 하지만 안정적인 투자만 해서는 수익이 나지 않습니다. 우량한 자산 투자에 선제적으로 편입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과도기를 겪는 중이다. 70년간 재위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타계하고, 총리와 재무부 장관이 바뀌는 등 정치적 변화도 상당하다. 이 와중에 국내 10위권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베스타스 자산운용은 투자 확대를 위해 영국 현지법인을 세웠다. 베스타스의 운용자산 규모는 총 7조7000억원으로 2010년 설립 이후 빠른 성장을 거듭해왔다. 영국에 거점을 둔 현지법인의 임직원은 모두 현지 인력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세빌스(Savills) IM를 포함해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인재들이다.
영국 현지법인의 수장으로 영입된 인물은 앨리스테어 에네버(Alistair Ennever). 15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부동산 투자 전문가인 그는 세빌스 IM 유럽 물류 부문장과 영국 LFF리얼에스테이트파트너스 시니어 투자 매니저를 역임했다. 그는 독립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으며, 현지 법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갖췄다는 데 매력을 느껴 베스타스 자산운용에 합류했다고 했다.
에네버 대표는 스스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는 ‘위기 속 투자 기회’를 강조하는 민첩한 투자자의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특히 베스타스 자산운용이 강점을 지닌 물류투자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규모가 불어난 온라인 시장에서 향후 5~6년은 투자가치가 있다고 봤다. 더군다나 세계화와 반대되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회귀)도 진행 중이다. 다만 좋은 입지는 어느 곳에서든 제한돼 있는 만큼 선제적 투자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투자 방침이었다.
그는 ‘블라인트 펀드’는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 유연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적절한 도구로 소개했다. 투자대상을 정하기 이전에 투자금을 확보하는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이 발견되는 즉시 투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에네버 대표는 안정성에 바탕을 둔 시리즈형 블라인드 펀드와 상대적으로 공격적 성향을 가진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를 동시에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리즈 블라인드 펀드는 개발단계에서부터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을 포함할 예정”이라면서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는 자산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시장의 변동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산들을 신속하게 매입하거나 공동투자를 하기 위한 자금”이라고 했다.
ㅡ영국을 포함한 유럽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어떠한가.
“’적응의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도 미래를 알 수는 없다. 영국은 경제적으로는 브렉시트 이후 생활 물가가 올라가고 있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인건비 분야에 있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인상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춰서 정책, 경제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은 시기다.”
ㅡ베스타스 자산운용의 영국 현지법인이 가질 강점은 무엇인가.
“베스타스 자산운용의 해외법인 운영 전략은 안정된 현지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지의 검증된 우수 인력을 채용했다.
현재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의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대부분 내부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전략은 그렇게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또 법인이 위치한 런던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기관투자자, 부동산 중개 에이전트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유럽 전역의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ㅡ현지 법인의 운용 전략은 무엇인가.
“유럽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험 많은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세빌스 IM에서 함께 근무한 재무담당이사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현지법인 주요 인력으로 합류했다. 우수한 현지 인력을 통해 효율적인 업무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유럽 내 기관투자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유럽 현지에서의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공동 투자와 더불어 한국 부동산 시장으로의 투자 유치 활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베스타스 자산운용 본사를 적극 지원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 시장은 다소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이 와중에도 베스타스의 유럽 자산들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ㅡ물류 투자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소개하자면.
“유럽 최초로 아마존 복층 물류센터 개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1억4000만 유로(약 2000억원)짜리 프로젝트였다. 또 글로벌 제3자물류(3PL) 전문 회사의 글로벌 본사 오피스, 물류 및 창고 시설에 대한 선매입 투자를 성공시킨 사례들이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물류자산을 성공적으로 매입·매각한 사례도 있다. 당시에는 북유럽 물류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는데 다른 운용사들보다 선제적으로 우량한 자산을 매입한 후, 적절한 시장 기회 포착해 독일계 펀드에 매각했다. 내부수익률(IRR) 30% 이상을 달성한 거래다.”
ㅡ현 상황에서 물류 투자의 강점은 무엇인가.
“이커머스의 성장이 예상되면서 수요가 많다. 향후 5~6년은 성장을 할 것이라고 본다. 유럽의 물류 시장을 보면 전반적으로 임대 수요가 강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으로 물류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부분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리쇼어링으로 물류 시장이 더 각광 받지 않았나 한다.
하지만 갈수록 좋은 위치에 물류센터를 신규로 공급하는 일이 어려워 지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이 좋은 지역을 선점하면서 우량한 물류공간은 가치가 오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ㅡ주거공간으로도 투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인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겪는 공통적 현상이 주거를 할 만한 좋은 위치와 품질을 가진 주거공간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젊은 층이 직주근접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도심내 좋은 위치에 개발할 만한 부지들이 희소성을 갖게 됐다.
주거 투자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일찍 개발 단계에 들어가서 투자 기회를 발굴 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성장성이 있으면서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하고자 한다.
유럽시장에서도 국가마다 환경은 다르다. 영국은 주거시장이 성숙됐지만 스페인은 그렇지 않다. 노후화가 많이 진행된 탓에 향후 성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ㅡ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베스타스 자산운용은 재작년 제1호 유럽 물류 섹터 블라인드 펀드(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집한 펀드)를 출시했다. 한국 독립계 운용사로는 최초의 해외 블라인드 펀드였다.
1호 펀드를 통해 작년 한 해에만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등에서 물류센터 8개동 총 6200억원 규모를 인수했다. 아마존, DSV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임차하는 물류센터들이다.
유럽 2호 블라인드 펀드는 유럽 주요 10개국을 대상으로 장기 임차 형태의 안정적인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 6월에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약 3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다.
유럽 물류 임대 시장의 경우 최근까지도 강한 수요를 보여주고 있어 임대료 상승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전에 모집된 자금을 통해 신속하게 시장의 투자기회를 포착하고 실행할 수 있어 우량한 자산들을 매력적인 조건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
ㅡ투자자들이 눈여겨 볼 트렌드가 있다면.
“지난해 유럽 전자상거래 물류시장의 성장률은 24.6%로 세계 평균을 넘었다. 이에 따라 초대형 물류센터인 ‘빅박스(Big Box)’를 비롯한 물류 창고에 대한 추가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최근 6개월간 유럽 자본시장은 전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우리는 장기적으로 성장을 전망할 수 있는 자산과 시장에 집중할 것이다. 보고 있는 주요 부동산 분야는 물류를 포함 오피스, 주거시장이다.
우리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자산들에 투자하는 전략을 기본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성격의 투자전략도 병행할 것이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좋은 투자기회가 생긴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유럽 현지법인은 이러한 투자전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ㅡ앞으로의 투자 전략은 어떻게 되나.
“시리즈형 블라인드 펀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기존 블라인드 펀드는 유럽의 물류 섹터를 중심으로 투자했다면, 앞으로 출시될 3호 펀드는 높은 임대료 성장이 예상되는 오피스와 주거용 자산을 대상으로 자산유형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개별 실물 자산 뿐만 아니라 더 이른 개발단계에서 부터 투자할 수 있는 영역들도 투자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향후 시장 전망에 맞춰 투자 대상 도시를 선별해 투자할 수 있는 블라인드 펀드 상품을 출시하려고 한다.
또 현재의 불안정한 시장상황에 맞춰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높은 스페셜 시츄에이션 펀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자산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특별한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산을 신속하게 매입하거나 공동투자하기 위한 것이다. 매력적인 조건을 가진 매물에 투자할 자금을 모아두고 있는 펀드다.”
ㅡ리츠 시장에도 진출하나.
“베스타스 자산운용은 올해 하반기 내에 국내외 물류센터를 기초 자산으로 제1호 리츠를 설립 준비 중이다.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개인과 일반법인 등 더욱 확대된 투자자군을 대상으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리츠 본인가 이전부터 포트폴리오에 국내·외의 오피스와 물류 자산들을 편입하기 위한 준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올해 4분기 상장에 앞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금 유치를 시작했다. 리츠에 편입할 자산 중 해외자산들은 영국 법인이 직접 운용·관리하게 된다.”